강남구청에 '발목 잡힌' 역세권 청년주택

입력 2017-11-09 17:29   수정 2017-11-10 07:32

강남구 "사업구조 문제 있다"
선정릉역 사업장 건축심의 재심

구청 인허가 비중 큰 사업장 59%
"강남권 자치구 지연 가능성 높아"



[ 조수영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표적 청년주거 정책인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이 ‘구청 반대’에 발목 잡혔다. 강남구청이 건축심의에서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시와 긴장관계에 있는 강남권 자치구에서 이 같은 일이 줄을 이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남구는 최근 선정릉역 인근에 준비 중인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지의 건축심의에서 ‘재심’ 판정을 내렸다. 선정릉역 인근에 293가구(공공임대 38가구, 민간임대 255가구)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권 사업지 6곳 가운데 처음으로 건축심의를 받았다.

이번 심의에서는 1층에 계획된 근린생활시설이 문제가 됐다. 종상향으로 용적률을 확보해 사업성을 올린 상황에서 분양용 근린생활시설까지 배치해 이중으로 사업성을 높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년주택 사업은 대부분 지하 1층과 지상 1~2층에 근린생활시설을 배치해 분양 또는 직접 운영하는 형태로 계획됐다. 서울시가 민간임대분에 임대료 상한을 두는 대신 사업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청년주택의 사업구조에 관할구청이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강남구는 공공기여와 관련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종상향으로 용적률을 확보하는 대신 서울시에 공공임대주택과 일부 커뮤니티시설을 공공기여하는 것이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의 핵심이다.

강남구 측은 공공기여를 통해 지역 주민을 위한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장은 공공기여 방안으로 주택 38가구를 서울시에 제공해 공공임대로 활용하는 안을 내놨다.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의 구청 리스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구청의 인허가권 비중이 큰 비촉진지구 사업장이 전체의 59%인 데다 대부분 구청의 건축심의를 앞두고 있어서다.

서울시는 면적 5만㎡ 이상 사업지는 ‘촉진지역’으로 분류했다. 사업시행인가까지 서울시에서 인허가를 처리한다. 관할구청에서는 착공 허가 및 신고 절차만 밟으면 된다. 박 시장이 “행정 절차 속도를 높여 사업비를 줄여주겠다”며 약속한 방식이다.

한 청년주택 사업자는 “서울시의 인허가는 빠르게 이뤄졌지만 구청 단계로 넘어가면 허송세월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합정역 청년주택은 마포구청의 인허가가 길어지면서 올 2월 계획했던 착공이 7개월이나 미뤄졌다.

건축심의부터 자치구청이 관할하는 나머지 사업장의 인허가는 더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한 자치구청 관계자는 “서울시가 종상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관할구청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며 “강남권 자치구들이 들러리나 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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