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인차, 기술경쟁 넘어 '제도의 경쟁' 시대 맞았다

입력 2017-11-09 17:36  

구글 자회사인 웨이모가 운전석에 사람이 타지 않는 완전 자율주행차(무인차)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일반도로에서 지난달부터 시범 운행 중이라고 밝혀 주목받고 있다. 자율주행차 기술이 돌발사고 등에 대처하기 위해 운전석에 사람이 앉는 단계를 넘어 자동차 스스로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제어하는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무인차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2020년 무인차 상용화가 목표인 구글은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제 투자에 나선 데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무인차에 필요한 기술이 뛰어난 덕분이다. 여기에 더해 애리조나주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가 빠른 기술발전을 끌어낸 요인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애리조나에서는 운전석에 사람이 없는 무인차를 합법적으로 운행할 수 있다. 무인차 운행을 위한 각종 신고와 행정처리도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무인차 경쟁에 뛰어든 자동차 기업은 물론 인텔, 애플, 우버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무인차 개발을 위해 애리조나로 속속 집결하는 배경이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는 사고 위험과 복잡한 배상책임문제 때문에 보조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차의 도로 주행이 쉽지 않다. 신산업 분야 기술 발전이 과거에 기반한 규제에 발목이 잡히는 구조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지금 단계에선 기업 간 무인차 기술격차가 크지 않지만, 규제수준이 기술격차를 갈수록 벌려나갈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신산업에 대해 ‘사전허용 사후규제’의 네거티브 방식 전환을 발표했지만, 아직 규정 정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인차 개발을 건건이 허가하는 방식으로는 애리조나주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AI와 유전자 분석 치료 등 모든 신산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보스턴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이면 세계 무인차 시장이 42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2035년이 되면 세계 자동차 판매의 4분의 1이 무인차 몫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다른 나라와의 제도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새로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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