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연루 임원, 즉시 업무 배제
퇴직금 삭감 등 금전적 제재도
[ 이태명/정지은 기자 ]
금융감독원이 채용비리 근절을 위해 채용절차를 전면 개편한다. 학연·지연 등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서류전형을 없애고 모든 채용단계에서 블라인드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채용비리 등에 연루된 임원에겐 퇴직금 삭감 등 금전적 제재도 가하기로 했다.
금감원 인사·조직문화 혁신 태스크포스(TF)는 9일 이 같은 내용의 쇄신안을 마련해 최흥식 금감원장에게 권고했다. 학계·법조계·언론계 등 외부 인사들로 꾸려진 TF는 이날 쇄신안에 최근 감사원 감사결과에서 적발된 채용비리와 임직원 비위행위에 대한 근절대책을 담았다. 금감원은 이번 쇄신안을 토대로 오는 12월까지 최종 혁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TF 쇄신안에 따르면 금감원은 먼저 학연, 지연을 통한 인사청탁을 막기 위해 서류전형을 폐지한다. 채점·심사·면접위원들에게 지원자의 이름, 학교, 출신지역 등 정보를 일절 제공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방식도 전면 도입한다. 다만 블라인드 채용으로 지역인재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일부 보완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역인재 등은 1차 객관식 필기시험에서 (합격 정원의) 150% 안에 들면 면접 대상자에 포함하거나 지역대학 출신자를 20% 할당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용비리에 연루된 임직원의 징계수위도 높인다. 부원장보 이상 임원이 채용비리에 연루되면 검찰수사와 별개로 즉시 직무에서 배제시킬 방침이다. 또 채용비리 등 비위행위로 퇴직한 임원에겐 퇴직금을 절반으로 줄이고, 나머지 절반은 무죄가 확정될 때 지급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직무 관련 금품·향응, 채용비리 등에 대해 공무원 수준의 징계를 내리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퇴직임원을 통한 인사·업무 청탁도 막는다. 전직 금감원 임직원 등 직무 관련자와 금감원 내 사무실에서 1 대 1 면담을 전면 금지하고, 면담 내용은 서면 보고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음주운전으로 한 번 적발되면 직위 해제하고, 두 번 적발되면 면직 처리한다. 또 금감원 직원들이 금융회사 주식을 보유하는 걸 금지하기로 했다. 최 원장은 이날 쇄신안 발표에 앞서 “감독기관으로서 권위의 근간인 도덕성이 무너졌다”며 “금융시장의 파수꾼인 금감원이 잇따른 채용비리 등으로 국민께 큰 상처를 준 데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른 시일 내에 임원 교체인사와 조직개편안을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TF가 이날 쇄신안을 내놨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당장 금감원 내에서 퇴직 임직원과의 1 대 1 면담을 금지하는 조치에 대해선 현실성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TF위원장을 맡은 조경호 국민대 교수도 “외부에서 몰래 만나는 것까지 통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태명/정지은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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