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지배구조 재편' 요구에 선제적 화답
[ 노경목/박재원 기자 ] LG그룹이 그룹 지배구조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LG상사를 지주회사 내에 편입시킨다. 2003년 LG그룹 지주사 전환 이후 14년 만으로, 모든 LG그룹 계열사가 지주사 체제에 들어오게 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주요 그룹을 향해 지배구조 재편을 압박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다른 그룹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 지주회사인 (주)LG는 9일 구본무 LG 회장 등 개인 대주주들이 보유한 LG상사 지분 24.7%를 2967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인수가는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된 LG상사 종가 3만1000원을 기준으로 정해졌다. 인수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추가되지 않아 구 회장 등은 일반적인 인수합병(M&A)과 비교해 낮은 가격에 지분을 넘기게 됐다. (주)LG는 기업결합 승인 절차를 거쳐 LG상사를 자회사로 편입한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LG상사의 지분은 구 회장 2.51%, 구본준 (주)LG 부회장 3.01%, 구 회장 장남인 구광모 (주)LG 상무 2.11% 등 오너 일가가 나눠 갖고 있다. LG상사는 2003년 LG그룹 지주사 전환 당시 LG패션을 분사시키는 과정에 있어 지주사에 들어오지 못했다.
(주)LG 관계자는 이번 편입에 대해 “오너 지분이 높은 계열사에 대한 지주회사 편입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 방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몇 년 사이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집단은 늘었지만 지주회사 바깥에서 오너가 편법으로 운영하는 계열사 비중도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주회사 밖에서 ‘일감 몰아주기’ 등의 규제도 피해가고 있다는 비판을 덧붙였다.
여기에 43명의 오너 친인척이 개별적으로 주식을 팔면서 갈수록 내부 지분이 줄어드는 문제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말 27.6%였던 최대주주 지분율은 그동안 3%포인트 가까이 줄었다. 계열 분리된 친인척을 빼면 개인 대주주 지분율이 12.0%까지 떨어져 경영권 걱정을 해야 할 정도다.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LG상사의 실적 개선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상사는 자원개발과 팜오일, 시멘트 등 새로운 먹거리를 개발해 올 3분기 영업이익이 6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세 배나 늘었다. 인도네시아 감(GAM) 석탄광산의 상업생산과 오만 8광구 원유 선적, 팜 생산량이 증가한 덕분이다. 인도네시아 팜오일 공장을 6년 만에 대폭 확장한 데 이어 시멘트 상업 생산 등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처를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LG상사는 LG그룹 내 물류회사를 모두 거느리고 있다는 특징도 있다.
노경목/박재원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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