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 비판…예보 "우리은행장 선임 관여 안한다"

입력 2017-11-09 20:14   수정 2017-11-10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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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사외이사 중심으로 임추위 구성

"정부, 시장·주주·고객 신뢰 위해 자율경영 보장해야"
손태승·정원재·이동건·김승규…내부 출신 가능성 커져
예보, 주총서 의결권은 가져…최종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 정지은/안상미 기자 ] 정부가 채용비리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한 이광구 우리은행장 후임 선임 과정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본지 11월7일자 A12면 참조

당초 우리은행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참여할 뜻을 비쳤으나 ‘관치금융’ 비판이 거세자 한발짝 물러났다. 이에 따라 차기 우리은행장은 과점주주를 대표하는 5명의 사외이사가 중심이 돼 결정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9일 이사회를 열고 대주주인 예보를 배제한 채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임추위를 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예보는 우리은행 지분 18.5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우리은행 이사회는 “지난해 말 자율경영 체제를 공고히 하는 게 시장과 고객, 주주들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지난 2일 이광구 행장이 채용비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직후 임추위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직간접적으로 밝혀왔다. 지난해 1차 지분매각 때는 과점주주들의 자율경영을 보장하기 위해 임추위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비상상황’인 만큼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특히 예보는 임추위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향후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어 강력하게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과점주주들 사이에선 “정부가 1년도 안 돼 자율경영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내팽개쳤다” “다시 관치의 시대로 회귀하겠다는 거냐” 등 반발이 터져나왔다. 결국 금융당국은 예보가 임추위에 참여하지 않기로 최종 방침을 정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날 이사회에서 예보 측에 한마디도 하지 말고 이사회 결정을 수용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예보가 임추위에 참여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차기 우리은행장은 노성태 전 한화생명경제연구원장,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박상용 연세대 교수 등 과점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 5명이 결정하게 됐다. 임추위 멤버인 이 행장은 공정성 논란이 일지 않도록 임추위에서 빠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가까운 시일 안에 임추위를 열어 후임 행장 선임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며 “이달 말께 후임 행장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예보의 임추위 불참으로 내부 출신 인사가 차기 행장에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현재 행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손태승 글로벌그룹장(부행장), 정원재 영업지원부문장, 이동건 전 영업지원그룹장, 김승규 전 우리금융 부사장, 윤상구 전 우리은행 부행장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예보가 임추위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으나 이사회와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변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종 후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예보가 임시 주총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했다.

정지은/안상미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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