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펙, 미국에 430억달러 투자
텍사스 송유관 건설 등 참여
통신용 반도체칩 120억달러어치
샤오미·오포, 퀄컴서 구매키로
[ 베이징=강동균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9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두 정상은 소통과 협력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정상회담이 끝난 뒤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인 행사에 참석해 미국의 막대한 대(對)중 무역적자를 언급하면서 “중국과의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무역관계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 무역적자를 초래한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은 즉각 바로잡아야 하며 시장 접근에 대한 장벽과 지식재산권 침해 역시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을 위해 더 개방적인 사업환경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중국은 문을 닫는 게 아니라 더욱 활짝 열겠다”며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질서 잡힌 시장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양국 상무부는 이날 2500억달러(약 279조원) 규모의 사업거래를 맺었다. 경제 분야에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으려는 시 주석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구체적인 사업 계약 내용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에너지·화공·농산품·비행기 부품·생명과학·스마트도시 건설·환경보호 등 19개 분야에서 총 82억달러(약 9조1000억원) 규모의 계약이 포함됐다고 양측은 밝혔다.
중국 국유 석유기업인 시노펙이 미국에서 두 개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거래가 최대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노펙은 원자재 중개업체 프리포인트, 사모펀드 아크라이크캐피털과 제휴해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미국 텍사스 퍼미안분지의 셰일오일을 걸프만으로 보내기 위한 송유관(1126㎞) 건설에 참여할 예정이다. 최대 200만 배럴을 적재할 수 있는 초대형 유조선(VLCC)용 항만터미널 건설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시노펙은 또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 중국은행과 함께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43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알래스카 주정부는 이번 투자로 미국에 1만2000개 일자리가 창출되고, 대중 무역적자가 해마다 100억달러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휴대폰 제조업체 샤오미와 오포, 비보는 미 통신용 반도체칩 제조기업 퀄컴으로부터 3년 동안 120억달러어치의 반도체칩을 구매하기로 했다. 중국 항공기재그룹(CAS)은 보잉으로부터 여객기 300대를 사기로 합의했다. B737 기종 260대, B787과 B777 기종 40대로 총 계약 규모는 370억달러가 넘는다.
CIC는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50억달러 규모의 공동 투자펀드를 만들어 미국 제조업에 투자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은 몬태나축산농업연합, 스미스필드푸즈로부터 3년 동안 12억달러 상당의 소고기를 사들이기로 합의했다. 징둥닷컴은 소고기를 포함해 20억달러어치의 미국산 제품을 구매할 계획이다.
미국 화학업체 다우듀폰은 자동차 공유 서비스 기업 베이징모바이크테크놀로지와 타이어 공급 계약을 맺었다. 허니웰은 차이나오리엔탈에너지와 에탄올탈수소화 프로젝트를 공동 진행하기로 했다. 이 밖에 캐터필러(중장비업체)와 선화그룹(석탄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과 차이나다탕그룹(발전소)이 짝을 이뤄 협업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계약이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 방식으로 체결돼 사실상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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