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핵, 시간이 별로 없다" vs 시진핑 "대북 유엔제재 전면 이행"

입력 2017-11-09 20:26   수정 2017-11-10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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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

미·중 '한반도 비핵화' 합의…구체안은 제시 안해

집요한 트럼프
단독·확대 회담 이어 기자회견서 "북핵문제, 시 주석이 해결 가능"

노련한 시진핑
"한반도 비핵화엔 동의하지만 방법론서 이견 갖는 건 당연"



[ 박수진/강동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요했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노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단독 정상회담과 확대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 등 시간날 때마다 “중국이 북핵 해결 능력이 있으니 해결에 적극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시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에 동의한다면서도 방법론과 관련해 “미·중이 이견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응수했다. 두 정상 간 북핵 대화는 물과 기름처럼 겉돌았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믿고 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물과 기름처럼 겉돈 북핵 대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확대정상회담에 들어가기 전 한 발언에서 “오전(단독) 정상회담은 매우 좋았고 우리는 북한 문제를 거론했다”며 “나와 시 주석은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시 주석이 “한반도 핵 문제, 아프가니스탄 등 중대 국제·지역 문제에서 의사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 중·미 관계에서 더 큰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로 의견을 같이했다”며 원론 수준에서 소개하고 넘어가려는 데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확대정상회담 후 열린 미·중 기업 간 계약체결 서명식 때 다시 북핵 문제를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세계에 가장 큰 위협은 북한이고, 한국 국회에서 연설한 것처럼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서울 여의도 국회연설에서 총체적인 한반도 비핵화를 북한과의 대화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며 “책임있는 모든 국가들, 중국과 러시아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완전히 이행하고 북한과의 외교관계와 무역을 단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시 주석이 이(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행동을 취하기를 호소한다”며 “만약 그(시 주석)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것은 금방 해결될 것이며 의심할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별로 없다”며 “우리는 서둘러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시 주석은 그러나 비켜갔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가끔 서로 이견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며 “우리는 반드시 주요 이슈에 상호 합의를 찾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비핵화 원론에 공감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재차 북핵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나와 시 주석은 우리의 공통된 약속, 즉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대한 약속을 논의했고 우리는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북 견제와 압박,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 실행 등에 중국이 동의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도 “미·중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핵 비확산 체제를 견지할 것이고 안보리 결의를 엄격하고도 전면적으로 이행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양국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 등에 공감했지만 ‘어떻게’가 빠졌다는 점을 주목했다. 석유 수출금지 등 구체적인 추가 제재 방안 등에 대한 언급 없이 기존 합의사항에 원론적으로 공감하고 회담을 마무리지었다는 것은 미국이 북핵 독자제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점에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귀국 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고, 중국에 전면적인 세컨더리보이콧(제3자 제재)을 도입하는 등 후속조치가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북핵 해결에 푸틴 역할 중요”

트럼프 대통령은 10~11일 베트남 중부 관광도시 다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다시 북핵 문제 해결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특히 행사기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할 예정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 7일 “(미·러) 두 정상이 모두 베트남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회담할 가능성이 있다”며 “두 정상이 한반도 정세를 포함한 가장 시급한 현안을 놓고 견해를 교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APEC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회동이 있을 수 있다”며 “러시아가 북한 문제에서 우리를 도울 수 있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은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베이징=강동균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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