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장애 개선제 '글리아티린'(성분명 콜린알포세레이트)의 대조약 지위를 놓고 대웅제약과 식품의약품안전처, 종근당 간 공방이 다시 불붙고 있다. 식약처가 종근당의 글리아티린을 대조약으로 지정하려고하자 대웅제약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양병국 대웅바이오 대표는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대웅제약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종근당 글리아티린은 기존 종근당의 제네릭(복제약) 알포코와 품목코드와 보험약가 코드가 동일한 제네릭으로 원개발사 품목이 아니다"며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이 대조약으로 선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조약으로 지정된 대웅제약의 글리아티린은 9일부터 유통제품의 사용기한이 만료돼 대조약으로써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대웅제약 측은 종근당 글리아티린이 제네릭 알포코와의 비교용출 자료만으로 허가된 알포코의 허가변경 제품으로 대조약 선정기준에 부합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대조약 선정기준을 종근당에게 유리하게 바꿨다며 고시 개정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개정된 대조약 선정기준에는 기존 '국내 최초 허가된 원개발사의 품목'이라는 문구가 '원개발사의 품목'으로 변경됐다.
양 대표는 "식약처는 행정심판 과정 중 종근당 글리아티린 대조약 지정의 걸림돌로 지목된 ‘국내 최초 허가된’이라는 문구를 삭제했고 자의적 해석이 가능했던 '원개발사의 품목'이라는 문구는 유지해 명확성 원칙에서 퇴보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어 "원개발사와의 판권 계약만으로 얼마든지 대조약이 변경될 소지가 있어 제네릭 개발 시 기준이 되는 대조약 기본 취지가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대조약은 복제약이 오리지널 제품과 동등한 효능을 나타낸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생동성 시험)을 할 때 기준이 되는 약이다. 대조약으로 지정되면 경쟁제품 대비 비교 우위를 강조할 수 있어 영업, 마케팅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대웅제약 측은 보고 있다.
그러나 식약처는 WHO의 '혁신의약품' 정의에 따라 대조약을 선정한 것으로 종근당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종근당 측도 원개발사인 이탈파마코로부터 글리아티린에 대한 기술 이전을 받았고 원료도 공급 받았기 때문에 글리아티린이 제네릭이라는 대웅제약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업계는 대웅제약이 애착을 갖고 키워온 글리아티린의 판권을 종근당에 빼앗긴데다 대조약 지위를 잃어버릴 처지에 놓이자 이를 만회하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자회사인 대웅바이오가 개발한 제네릭을 대조약으로 활용해 오리지널 제품에 맞서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대웅제약과 식약처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피해는 글리아티린의 제네릭을 개발중인 제약사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대조약 부재로 생동성 시험을 하지 못해 개발이 중단되거나 시장 진출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식약처가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갈등 해결에 나서야한다"며 "글리아티린과 같은 대조약 문제가 더 이상 생겨선 안된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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