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무비 글로벌 흥행… 중국 찍고 동남아로 진격

입력 2017-11-10 18:40   수정 2017-11-11 13:45

합작영화·공동투자 '투트랙 전략'
한국 영화, 현지화로 해외시장 돌파구

'문화적 장벽' 극복
인도네시아판 '수상한 그녀'
수익 313만달러…현지 7위
베트남판은 역대 2위 기록

현지 합작영화, 투자비 따라 순이익의 30~50% 회수 가능
CJ, 리메이크 전략으로 승부…쇼박스, 현지 공동투자 선호



[ 유재혁 기자 ] 류승완 감독의 액션영화 ‘군함도’는 지난 8~10월 인도네시아에서 상영해 70만달러(약 7억8000만원)의 티켓 판매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에 수출한 한국 영화 사상 흥행 1위다. 하지만 현지에서 합작한 한국 영화 ‘사탄 슬레이브’는 1230만달러(약 137억원)의 티켓 매출로 ‘군함도’ 수출보다 18배 많은 실적을 거뒀다. 순수 한국 영화 수출로는 해외에서 넘기 힘든 문화적 장벽이 존재하는 현실을 꿰뚫어 본 전략의 승리다. ‘K무비’의 해외시장 공략은 이 때문에 수출보다 합작 방식이 선호되고 있다. 수출 영화로는 최소 보장 수익(미니멈 개런티)을 받는 데 그치지만 합작 현지(로컬) 영화로는 투자비에 따라 순이익의 30~50%를 회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K무비의 세계 시장 진격에 합작영화,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와 중국 지역 합작영화가 선봉을 맡은 셈이다.


합작영화, 중국에서 동남아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현지 합작 로컬 영화는 중국이 중심이었다. 2015년 중국에서 개봉한 한·중 합작영화 ‘20세여 다시 한번’(중국판 ‘수상한 그녀’)은 역대 해외 최고 흥행작이었다. 티켓 매출은 3억6500만위안(약 640억원), 관객 수 1162만 명을 기록했다. 중국판 ‘블라인드’인 ‘나는 증인이다’는 2억1500만위안(약 387억원)으로 2위에 올랐다. 한류스타 이민호가 주연한 합작 액션영화 ‘바운티 헌터스’가 2억1300만위안으로 그 뒤를 이었다. 모두 현지화에 성공한 덕분이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부터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가시화하면서 한국 영화사들은 동남아 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작지만 급성장하는 동남아 시장이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을 극복할 미래 대안시장이라고 판단해서다. 지난 6월 인도네시아에서 ‘수상한 그녀’를 현지업체와 합작 리메이크한 ‘스위트 20’은 313만달러(약 35억원)의 흥행 수익으로 역대 인도네시아 로컬영화 흥행 7위에 올랐다. 지난 7월 베트남에서는 현지 합작영화 ‘걸 프롬 예스터데이’가 295만달러로 베트남 로컬영화 역대 7위 기록을 세웠다.

현지 맞춤형으로 리메이크

CJ E&M은 한국의 스토리 원본을 현지화하는 ‘원소스 멀티 테리토리(영토)’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수상한 그녀’ 스토리를 각국 상황에 맞게 변형하고 현지 감독과 배우를 기용하는 전략이다. 베트남에서는 현지인 취향에 맞춰 슬랩스틱 코미디(액션을 과장한 희극)를 강화했다. 중국에서는 더욱 세련된 화면을 만드는 데 역점을 뒀다. 본사는 제작 관리로 품질을 끌어올리고 마케팅과 해외 세일즈도 맡는다.

CJ E&M은 비슷한 방식으로 터키판 ‘이별계약’을 오는 12월 현지에서 개봉한다. 이 회사가 중국과 합작해 히트한 ‘이별계약’을 터키식으로 리메이크했다. 터키판 ‘스파이’와 ‘수상한 그녀’도 준비 중이다. 미국에서는 ‘수상한 그녀’ 영어 버전과 스페인어 버전을 제작할 계획이다. 영어 버전은 흑인 사회, 스페인어 버전은 히스패닉 관객과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가 타깃이다. 흑인과 히스패닉 사회는 가족 간 유대감이 커서 ‘수상한 그녀’의 스토리가 먹힐 것이란 계산이다. 베트남에서는 현지판 ‘써니’가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 중이다.

CJ E&M은 해외 현지 합작영화를 계속 늘려 2020년에는 해외에서 자체 제작해 개봉하는 영화 편수를 연간 20편 이상 확보, 글로벌 스튜디오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이 경우 연간 10~15편을 투자배급하는 국내보다 해외 매출 비중이 더 커진다.

해외 공동투자도 물꼬 터

오리온그룹 계열 영화사 쇼박스도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방식은 조금 다르다. 한국 영화를 현지에 맞게 리메이크하기보다 해외 현지업체가 기획한 시나리오에 투자해 공동 제작하는 식이다. 할리우드 유력 영화사와 스릴러 ‘더 위도’를 공동 제작해 내년 북미시장에 배급할 계획이다. 쇼박스는 또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파트너와 ‘포에버 홀리데이 인 발리’를 공동 제작해 내년 초 개봉한다. 한국의 아이돌 스타가 우연히 만난 인도네시아 여대생의 도움으로 발리 섬을 여행하는 로맨틱 코미디다. 유정훈 쇼박스 대표는 “우리는 오리지널 해외 로컬영화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미국과 동남아 현지 파트너들과 로컬영화 투자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한국영화 수출 '콧노래'…작년 50% 늘어 4389만달러
670편…동남아가 63% 점유

한국 영화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품질력을 인정받아 수출 실적이 크게 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완성작 수출은 4389만달러(약 490억원)로 전년 대비 49.4% 증가했다. ‘부산행’이 156개국에 수출되는 등 수출 권역이 늘어난 게 주효했다. 수출 편수는 총 670편이며 평균 수출가는 6만4644달러로 나타났다.

수출 권역별로는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뿐 아니라 싱가포르,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가 전체의 62.9%를 차지했다. 중국과 일본에 대한 수출은 전년보다 줄었지만 동남아 지역 수출은 크게 늘어났다.

북미와 유럽 지역도 2015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하면서 전체 수출의 24.0%(북미), 9.4%(유럽)를 각각 차지했다. 미국은 총 961만달러로 중국(703만달러)을 제치고 한국 영화 수출대상국 1위가 됐다. ‘아가씨’와 ‘판도라’ 등이 미국 플랫폼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에 비교적 비싼 가격에 판매된 덕분이다.

그러나 완성작 수출은 현지에서 미니멈 개런티를 받는 데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배망이 구축돼 있지 않아 해외 현지에서 흥행에 성공해도 수익금은 수입업자에게 돌아간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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