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들어오면 지역경제 활력"… '자율주행 시험장' 사활 건 미국 도시들

입력 2017-11-10 19:16  

도로 부지 10곳 선정하는데 대학·기관 등 60여곳 뛰어들어

"첨단기술·인재 대거 몰려든다"
'관광 천국' 플로리다·캘리포니아
시험운행 허가해주고 도로 건설

50개주 가운데 21곳은 규제 완화



[ 추가영 기자 ] 미국 플로리다주의 유명 관광지인 올랜도 근처는 요즘 공사가 한창이다. 플로리다 폴리테크닉대 400에이커(약 162만㎡) 부지에 자율주행자동차 시험주행 트랙, 시험주행 도로를 건설하고 있다.

플로리다주는 이 지역에 1억달러(약 1117억원)를 투자해 자율주행차 관련 시설을 구축하기로 했다. 테마파크나 관광명소 외에 새로운 지역 경제 성장동력을 찾는다는 전략이다.

플로리다주뿐 아니라 펜실베이니아주, 메릴랜드주 등에 있는 미국 주요 도시 교통당국과 연구기관들이 급속히 성장하는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지 제공 경쟁률이 6 대 1 달해

올초 미국 교통부는 자율주행차를 시험할 수 있는 부지를 제공할 기관 10개를 공모했다. 미국 전역에서 60개 이상의 기관이 신청했다. 심사를 거쳐 플로리다 폴리테크닉대, 위스콘신 매디슨대 등 대학과 콘트라 코스타교통당국 등 정부 기관이 최종 선정됐다.

플로리다주를 비롯한 일부 지역은 한적하고 통제 가능한 부지를 자율주행차 시험주행용으로 제공했다. 플로리다 폴리테크닉대 부지와는 별개로 이곳에서 차로 약 1시간20분 떨어진 해변에 있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케네디스페이스센터에도 홍수나 안개 등 운전하기 힘든 기후환경에서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고 있다.

찰스 람다트 올랜도 스마트시티프로그램 책임자는 “창의적인 인재를 끌어들이고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부지 제공 목적을 밝혔다. 자율주행차가 다닐 수 있도록 도로를 개방하면 도로 정보를 수집해 매핑(지도제작) 정확도를 높이는 등 자율주행차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자율주행 기술 기업과 협력 강화

최근 구글이 최초로 완전자율주행차 운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시험주행용 도로를 먼저 확보했기 때문이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자율주행 부문 자회사 웨이모는 7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운전석에 사람이 타지 않는 완전자율 모드로 자율주행차 시험을 시작했다.

지금까진 자율주행차의 오작동을 제어하는 보조 운전자가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시범 주행을 기반으로 웨이모 차량은 운전석에 아무도 없이 일반 도로에서 운행할 계획이다. 웨이모는 2009년 자율주행차 개발에 돌입한 이후 지금까지 미국 20개 도시에서 약 564만㎞를 시험주행했다.

미시간대도 2015년 ‘엠시티(M시티)’로 불리는 자율주행 시험공간을 열었다. 이곳에서 자율주행 시험을 하던 프랑스 자동차 기업 나브야(Navya)가 올여름 미국에서 처음으로 미시간대가 있는 앤아버시에 자율주행차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캐리 모턴 엠시티 부대표는 “우리에게 (나브야 공장 신설 소식은) 홈런이었다”고 말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시장은 2015년 30억달러에서 2025년 960억달러, 2035년엔 2900억달러까지 커질 전망이다.

이스라엘의 차량용 카메라센서 개발업체 모빌아이를 인수한 인텔은 2021년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율주행차가 개발되더라도 실제 도로 주행을 위해선 도로 설비 시험 및 정비 등 장기 투자가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자유로운 운행 위해 규제 완화

미국 주정부는 부지를 제공할 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규제도 완화했다. 미국 주의회협의회(NCSL)에 따르면 미국 50개 주 가운데 21개 주가 자율주행차를 운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3월 차량공유서비스 업체 우버가 운행하는 자율주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충돌 사고가 났을 때도 애리조나주 당국은 우버 측에 책임을 묻지 않았다. 필라델피아 주 피츠버그는 우버가 자율주행차 테스트를 할 수 있게 가상도시 ‘알모노’까지 건설했다. 실제 도로 상황과 비슷하게 조성한 시뮬레이션 도시로 규모가 42에이커(약 17만㎡)에 달한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도 9일 자율주행 셔틀버스가 주행 첫날 사고를 냈다. 하지만 시당국은 무료셔틀 서비스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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