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의 향기] 수백년 지켜온 종가의 맛…호텔 테이블에 오르다

입력 2017-11-12 14:08   수정 2017-11-12 14:10

호텔서 맛보는 종갓집 요리


[ 이수빈 기자 ]
경북 안동 의성 김씨 지촌 김방걸 종가에는 ‘약포’라는 음식이 대대로 전해져 왔다. 고기를 잘게 썬 뒤 양념해 말린 음식으로 육포와 비슷하다. 옛사람들은 전쟁에 나가거나 먼 길을 떠날 때 육포를 가지고 다니면서 먹었다. 하지만 조선시대 양반들은 질긴 음식을 뜯거나 입을 크게 벌리지 않았다. 의성 김씨 종가에서 고기를 다진 뒤 말렸던 이유다.


한화 호텔 더플라자는 작년부터 농촌진흥청과 협업해 약포를 포함한 전국 종갓집 12곳의 내림음식을 체계화했다. 충북 청주 문화류씨 시랑공파 류정항 종가의 약밥, 전남 담양 장흥고씨 학봉 고인후 종가의 민어탕과 죽로차 등을 전수받아 레시피를 정리했다. 더플라자 관계자는 “매년 제사를 30번 모시는 종부들의 스케줄을 맞추는 것부터 종손과 문중의 허락을 받고, 종가가 위치한 각 지역 식재료와 종가의 장을 호텔로 공수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호텔 방문객들에게 한국의 독창적인 종가 문화와 내림음식을 알리기 위해 종가음식을 전수받게 됐다”고 말했다.






호텔업계가 한식 전통을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예전에는 호텔들이 한식 프로모션을 벌일 때 주로 갈라디너 등 1회성 행사를 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음식에 스토리를 담거나 쉽게 접하지 못했던 전통 한식을 발굴하는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한식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데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판, 코릿 톱 50 레스토랑, 블루리본 서베이 등의 미식 평가에서 한식 레스토랑이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호텔업계의 한식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더플라자는 시어머니에서 며느리에게 구전으로 전해내려 온 종가음식 레시피를 정리하고, 재료와 조리법을 계량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9월부터 종가 음식을 더플라자호텔 뷔페 레스토랑인 세븐스퀘어에서 선보이고 있다. 종가 음식을 선보이기 위해 각 지역 제철 식재료를 공수했다. 더플라자 관계자는 “종가 음식 제맛을 내기 위해선 그 지방 특산물이 필요하다는 게 종부들의 의견이었다”며 “지역 먹거리를 알리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일부터 세븐스퀘어에서 시작한 종가음식 프로모션 ‘배려’는 오는 25일까지 진행된다. 가격은 성인 점심 기준 8만8000원(세금 및 봉사료 포함)이다. 더플라자는 종가 음식 레시피와 종가가 있는 지역 식재료를 연계해 호텔 내 뷔페 레스토랑에서 다양한 프로모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종가 발전을 위해 종택 보존 사업, 내림 음식 레시피화, 종부 대상 클래스 진행 등의 사회공헌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장을 직접 담그는 호텔도 있다. 파크하얏트서울은 셰프들이 직접 장을 담가 호텔 옥상에서 3년간 숙성했다. 이 장을 활용해 한우 프로모션을 벌이고 있다. 파크하얏트 최고층 ‘더 라운지’에서는 한우의 다양한 특수 부위를 활용한 요리에 호텔에서 직접 숙성시킨 된장을 함께 제공한다. 특히 더 라운지 셰프가 직접 담근 된장은 국내산 메주와 1년의 숙성 과정을 거친 국내산 천일염을 써서 약 3년간 발효한 장이다.

한식 메뉴를 늘리는 것도 호텔업계 흐름이다.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코엑스 2층에 있는 레스토랑 ‘아시안 라이브’는 대대적인 리뉴얼 작업을 통해 한식 메뉴를 늘렸다. 새롭게 선보이는 한식 메뉴는 된장 삼겹살 구이, 한우 불고기 잡채, 한우 갈비탕, 제주 갈치조림 등이다. 노보텔앰배서더 서울강남의 한식 레스토랑 안뜨레는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한식 도시락 메뉴부터 식재료 본연의 맛을 강조한 다양한 한식 코스메뉴를 내놨다. 켄싱턴제주호텔에서는 제주 지역 음식을 활용했다. 지역 색깔이 묻어난 제주 바릇 3대 진미 메뉴와 전통주 바를 선보였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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