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타워 러닝

입력 2017-11-12 18:09   수정 2017-11-13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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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계단에 1.5㎉ 소모, 3계단에 기대수명 8초 증가.’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 설치된 ‘헬시 로드(healthy road)’에 있는 문구다. 직원들은 스마트폰에 앱(응용프로그램) ‘오르GO, 나누GO’를 깔면 오른 계단 층수와 소모 칼로리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오르GO, 나누GO’는 강북삼성병원이 2014년 만든 앱이다.

‘도심 속 등산’인 계단 오르기는 시간과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아 인기가 높다. 근육 단련, 심폐기능 강화 등 운동효과가 뛰어나다.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30분 운동하면 220㎉(몸무게 70㎏ 성인 기준)를 소모한다. 30분 걷기보다 1.5배 정도 많은 칼로리다.

12일 열린 ‘챌린지 포 러브 63(Challenge for Love 63)’은 계단 오르기를 국내에 본격적으로 알린 대회다. 올해 15회째인 이 대회에서 참가자들은 서울 여의도 63빌딩의 1251계단을 올랐다.

고층빌딩(tower) 계단 오르기는 인내의 극한을 시험하는 ‘익스트림 스포츠(extreme sport)’로 진화하고 있다. 정식 명칭은 ‘타워 러닝(tower running)’이다. 올해 40회를 맞은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오르기(ESBRU)가 시초다. 참가자들은 로비에서 86층 전망대(320m)까지 1570계단을 오른다.

요즘에는 타워 러닝 대신 ‘스카이러닝(skyrunning)’이란 말이 자주 사용된다. ‘50층 이상, 높이 220m 이상’인 마천루(skyscraper)가 늘다 보니 생겨났다. 국내에선 스카이러닝을 ‘수직(垂直)마라톤’으로 번역한다. 지난 4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는 국제수직마라톤연합(ISF)이 주관한 대회 중 역대 최고 높이 대회가 열렸다. 전망대(123층)까지 2917계단, 555m를 빨리 달리는 대회다. 이 대회에는 소방관들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소방관은 고층 빌딩 계단 오르기의 단골 참가자다. 체력 단련과 고층 빌딩 화재 진압을 대비하기 위한 훈련 차원이라고 한다.

월드트레이드센터 부지에 새로 들어선 ‘포 월드트레이드센터’엔 매년 특별한 타워러닝이 열린다. 2011년 ‘9·11테러’ 당시 구조작업을 벌이다 순직한 343명의 뉴욕 소방관을 추모하는 행사다. 343명의 뉴욕 소방관과 세계 각국에서 온 수백 명의 소방관이 20㎏에 달하는 구조장비를 착용한 채 72층 꼭대기까지 계단을 오른다.

계단 오르기는 생활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운동이긴 하지만 운동 요령이 중요하다. 계단을 오를 때 발 앞부분이 땅에 먼저 닿아야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시선을 살짝 내리고 상체는 수직을 유지한 채로 뒷발을 구부려 균형을 잡는 게 좋다. 외출이 꺼려지고 몸이 움츠러드는 겨울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오르기로 건강을 지켜보자.

김태철 논설위원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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