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호크 미사일만 1000여개
한·미·일 연합훈련은 불발
[ 정인설 기자 ]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3척이 12일 동해상에 모여 역대 최대 규모의 한·미 해상 연합훈련을 했다. 당초 미국이 한·미·일 3국 연합훈련을 제안했지만 우리 측이 한·중 관계를 고려해 일본과의 공동 훈련을 반대해 한·미·일 연합훈련은 무산되고 한·미 훈련과 미·일 훈련이 따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 미국 측의 군사 훈련 요청을 거절한 것은 지난 9월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 2대가 군사분계선(NLL)을 넘어 북한 핵실험장인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접근할 때에 이어 두 번째다.
군 당국은 이날 “미국 항모 3척이 동해상의 한국작전구역(KTO)에 모두 진입해 우리 해군 함정과 연합훈련을 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항모는 로널드 레이건함(CVN 76),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 71), 니미츠함(CVN 68)다. 3척 중 1척은 전날 KTO에 진입했고, 나머지 2척은 일본 작전구역에서 미·일 훈련을 마치고 이날 합류해 14일까지 훈련을 할 예정이다.
미 해군 이지스함 11척과 세종대왕함을 비롯한 한국 해군 함정 7척도 포함됐다. 우리 해군이 미 항모 3척과 연합훈련을 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미국 항모 3척이 동시에 훈련하는 것도 2007년 괌 인근 훈련 이후 10년 만이다.
항모 1척에는 F-18 슈퍼호넷 전투기 등 항공기 70여 대가 실려 있고 미사일 순양함 3척, 3척 이상의 핵추진 잠수함이 항모강습단을 호위한다. 3개 항모전단에 장착된 토마호크 미사일 개수만 1000여 발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3개 항모강습단의 전력가치는 한국 1년 국방비(40조원)보다 많은 45조원이라는 평가도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미국이 미 항모 3척이 참여하는 한·미·일 연합훈련을 타진했지만, 한국 측이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군 관계자는 “미국 측의 제안이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문상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9일 “한·미·일 3국 연합훈련 계획은 없으며 한·미 간 연합훈련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월에도 미국과 일본이 한·미·일 대잠수함 연합훈련을 한국에 요청했지만 한국 측이 국민 정서와 중국의 반발을 우려해 훈련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우리 국방부는 “초기 단계 논의만 있었을 뿐 한국 반대로 무산된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북핵을 비롯한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군사 협력은 하겠지만 중국을 적으로 간주하는 한·미·일 안보협력에는 동참하지 않는다는 게 정부 입장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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