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석 기자 ] 지난 8일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 공항에 내려 차량으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SK이노베이션 셰일오일 광구로 향했다. 가는 도중 곳곳에서 셰일오일 시추 현장과 셰일오일·가스를 끌어올리는 펌핑 유닛(채굴 장비)을 볼 수 있었다.
미국 셰일은 몇 년 전부터 세계 석유산업을 뒤흔들고 있다. 중동 북해 등에서 이뤄지는 전통적인 시추 작업은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지만 성공 확률은 15%(이것도 최근 많이 높아진 것) 수준이다. 사실상 도박이나 다름 없다. 그러니 엑슨모빌 셸 토털 등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글로벌 대기업이 주도해왔다.
하지만 셰일은 수많은 독립 사업자가 주도하는 판이다. 셰일오일·가스를 머금은 셰일층이나 미시시피 석회암층이 넓게 퍼져 있어 지질조사를 거쳐 파면 나올 확률이 높고, 시추도 한두 달이면 충분하다. 또 미국에선 기술이 개발된 지 20년이 넘어 일반화돼 있다. 다만 시추할 때 셰일층까지 수직으로 판 뒤 이후엔 셰일층을 따라 수평으로 파야 하고, 고여 있는 원유가 아니라 돌을 깨서 새어나오는 셰일오일·가스를 채취하는 것이어서 채굴량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배럴당 채굴비용이 높다. 전통적 원유는 원가가 배럴당 20달러 이하지만, 셰일은 통상 배럴당 30~50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유가가 지금처럼 50~60달러에 이르면 금세 셰일 생산을 늘릴 수 있다. 미국 텍사스, 오클라호마 등 셰일 산지에는 시추, 생산, 모래·물 공급 등을 해주는 독립 사업자가 득시글하다. 채산성만 맞으면 이들을 불러모아 한 달이면 시추정을 팔 수 있다. 미국엔 이런 사업에 돈을 대는 투자은행(IB)도 수없이 많다. “유가만 오르면 셰일 생산은 금세 스멀스멀 늘어날 것”이란 게 현장 관계자들의 얘기다. 실제 지난주 유가가 2% 넘게 오르자 미국에서 가동 중인 시추기가 8개나 늘어났다.
골드만삭스 등이 유가가 중장기적으로 50달러대에서 안정될 것으로 보는 이유다. 최근 중동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사이에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전쟁이 발발한다면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있지만 금세 증산될 셰일오일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안정될 것이다. 미국발 셰일 혁명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이유다.
김현석 특파원 뉴욕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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