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이어 日·유럽 등도 통화 정상화 채비
[ 임현우 기자 ] 언젠가부터 저축하는 재미를 느낄 수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10년 전만 해도 연 5~6%대였던 은행 예금 금리는 1%대로 떨어진 지 오래. 돈을 많이 맡겨도 좀체 불어나질 않는다. 반면 대출 금리가 함께 하락하다보니 빚을 내는 사람은 늘어났다. 국내 가계부채는 10년 새 두 배 이상 불어나 1400조원에 이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일부러 이자율을 확 낮추는 정책을 폈고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소비와 투자를 유도해 얼어붙은 경제가 활력을 되찾게 하기 위해서였다.
시장 원리에 따라 결정되는 금리를 정부가 어떻게 낮춘 걸까. 이때 동원된 것이 뉴스에 자주 나오는 ‘기준금리’다. 기준금리란 한 나라의 금리를 대표하는 정책금리로, 각국의 중앙은행이 정한다. ‘은행들의 은행’ 격인 중앙은행은 일반인을 상대로 직접 영업하진 않지만 금융회사들과 자금을 거래하며 금융시장에 참여한다. 중앙은행이 이 거래에 적용하는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면, 은행도 이를 반영해 개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예금·대출 금리를 조절하게 된다. 돈의 가치가 달라지는 만큼 채권, 주식, 부동산 등 시장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1.25%. 사상 최저 수준으로 17개월째 동결 중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어진 ‘저금리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경기 회복세와 물가 수준을 감안해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완곡하게 돌려 말했지만 ‘조만간 금리를 올린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금리 인상이 이르면 이달, 늦어도 내년 1월께 단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이 금리 인상을 고려하는 이유는 경제가 금융위기의 충격을 벗어나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서다. 반도체 호황 등에 힘입은 수출·투자 호조로 올 경제성장률은 3년 만에 3%대로 올라설 전망이다. 침체됐던 소비가 확대됐고, 물가상승률도 안정적이라는 게 한은의 시각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2015년 말부터 점진적인 금리 인상에 들어갔다는 점도 고려됐다. 미국 기준금리는 연 1~1.25%까지 올랐는데, Fed가 한 번만 더 올리면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벌어진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국내에 투자한 외국 자본이 높은 수익률을 좇아 빠져나가는 자본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 영국 중앙은행은 이달 초 10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렸으며, ‘돈 풀기’에 열중하던 유럽중앙은행과 일본은행도 속도 조절에 나섰다.
다만 금리가 급격히 뛰면 서민들의 빚 상환 부담이 커져 금융시장에 또 다른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북핵(北核) 위기가 여전한데 경기를 회복세로 진단하기엔 이르다는 반론도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한은의 금리 인상은 천천히, 완만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주의 시사용어-기준금리
한 나라의 금리를 대표하는 정책금리로 각종 금리의 기준이 된다. 각국의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정책도구로 활용해 시중 금리를 간접적으로 조절하고 있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
기업의 환율관리 필수 아이템! 실시간 환율/금융서비스 한경Money
[ 무료 주식 카톡방 ] 국내 최초, 카톡방 신청자수 33만명 돌파 < 업계 최대 카톡방 > --> 카톡방 입장하기!!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