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에리 조마혼 아프리카수리과학연구소장
수만년 전 수학자·천문학자 모두 아프리카 사람들
뿌리깊은 인종 편견이 소중한 과학 유산 파괴
[ 박근태 기자 ] “태초의 인류는 모두가 과학자였습니다. 머지않아 태초의 인류가 살았던 아프리카에서 제2의 아인슈타인이 탄생할 겁니다.”
티에리 조마혼 아프리카수리과학연구소(AIMS) 소장(사진)에겐 원대한 꿈이 있다. 그가 이끄는 아프리카수리과학연구소는 젊은 수학·과학 영재 및 청년 과학자 발굴과 지원을 위해 최초로 설립된 범(汎)아프리카 기관이다. 이 연구소는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처럼 인류의 번영과 진보를 이끌 다음번 천재 과학자를 아프리카에서 배출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2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과학기자콘퍼런스(WCSJ)에서 만난 조마혼 소장은 “젊은 인재를 중심으로 아프리카의 과학 르네상스를 꽃피우자는 열망이 매우 크다”며 “무엇보다 여성의 참여가 높다는 점에서 언젠가 아인슈타인에 버금가는 여성 천재 과학자가 아프리카에서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아프리카 베냉에서 태어난 조마혼 소장은 스위스와 캐나다에서 국제학과 경영학을 공부했다. 그는 2013년 낙후한 아프리카 과학기술의 부흥과 국제화를 부르짖으며 ‘넥스트 아인슈타인 포럼’을 출범시켰다.
조마혼 소장은 “1950년대 소련에 맞서 미국의 우주개발을 이끈 흑인 여성 과학자 세 명의 삶을 그린 영화 ‘히든피겨스’를 봐도 알다시피 아프리카와 과학을 연결하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편견”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만 년 전의 수학자와 천문학자는 모두 아프리카인이었다”며 “과학기술계의 뿌리 깊은 인종적 편견이 과학의 유산을 파괴했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아프리카 베냉에서는 4만3000년 전 숫자를 세는 도구가 발견됐고 이 당시 복잡한 수리 체계가 있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별과 행성의 운동과 배열을 나타내는 7만5000년 전의 유적이 발견됐다. 금속을 다루는 실력과 오랜 전통을 이어온 의술이 서구에 뒤처진 것도 전체 인류 역사를 기준으로 보면 얼마 안 됐다.
최근 들어 아프리카에선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아프리카 과학의 중흥을 위한 노력은 흡사 1960년대 중반 불모지에서 과학의 씨앗을 키운 한국의 모습과 닮았다. 서구에서 공부한 젊은 과학자들이 속속 고국으로 돌아가면서 과학의 주변부라는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 2010년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부르는 필즈상을 받은 프랑스 수학자 세드리크 빌라니 앙리 푸앵카레 수학연구소장 같은 이들은 “아프리카 학생들에게서 이미 파리처럼 발전해버린 사회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보이지 않는 특별하고 강한 열정이 엿보인다”고 했다. 조마혼 교수 역시 희망을 봤다고 했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카메룬, 이집트, 세네갈, 에티오피아 출신의 젊은 과학자들이 인종주의의 편견에 맞서 세계 각국에서 물리학과 화학, 수학, 생물학 분야에서 획기적인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세네갈에서 처음 열린 ‘넥스트 아인슈타인 포럼’ 글로벌 회의에는 아프리카 54개국을 포함해 전 세계 80개국에서 700명이 참여했다. 참가자 중 절반 이상인 52%가 20~30대 청년 과학도이고 40%는 여성이 차지했다.
물론 아직까지 한계도 있다. 조마혼 소장은 “여전히 많은 학생을 서구에 유학을 보내야 하지만 이들이 유학을 끝마치고 돌아와서 할 만한 일들이 아직 많지 않다”고 했다. 그는 “한국을 몇 차례 방문한 일이 있다”며 “아프리카 과학 기술 발전상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샌프란시스코=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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