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에 긴장하는 정유·화학업계

입력 2017-11-13 19:22   수정 2017-11-14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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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유 2년6개월 만에 최고
정제마진·석유제품 수요 감소 우려
원재료값 부담에 효성 이익 31%↓



[ 김보형/고재연 기자 ] 글로벌 경기 회복에 힘입은 석유화학제품 수요 증가로 ‘실적 잔치’를 벌여온 정유·화학업계가 최근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는 국제 유가 상승에 긴장하고 있다. 배럴당 5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던 유가가 껑충 뛰면서 정제마진(정유업체가 원유를 정제해 남기는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 제품을 원료로 쓰는 화학업계는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제때 반영하지 못하면서 이미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13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도입원유의 80%를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는 지난 10일 기준 배럴당 62.06달러를 기록했다. 2015년 5월(63.02달러) 이후 2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9월 초까지 배럴당 50달러 선에 간신히 턱걸이했던 두바이유 가격은 2개월 만에 10달러 이상 급등했다.

이에 따라 정제마진 축소를 우려하는 정유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8월 원유 정제시설이 밀집한 미국 멕시코만 일대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 여파로 9달러까지 치솟은 정제마진은 정제 설비 복구가 끝나가면서 지난달엔 7달러까지 내렸다. 유가 상승이 석유제품 수요 확대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석유화학제품 수요는 2014년부터 이어져온 저유가를 기반으로 꾸준히 늘어왔다. 유가가 배럴당 70달러까지 오르면 석유제품인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국내 석유화학업계 실적이 타격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셰일가스에서 에틸렌을 뽑아내는 미국 석유화학업계보다 원가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섬유화학업계는 유가 상승에 따른 원재료 값 부담 증가로 실적이 나빠지고 있다. 효성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170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1.2% 감소했다. 주력 제품인 스판덱스 원재료인 폴리테트라메틸렌에더글리콜(PTMEG)과 메틸렌디페닐디이소시아네이트(MDI) 가격이 연초보다 40% 가까이 올라서다. 효성과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세계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타이어코드(타이어 보강재)도 원재료인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가격 인상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38% 줄어든 460억원에 그쳤다.

김보형/고재연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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