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 다섯 달 만에 '미쉐린 ★'
[ 뉴욕=김현석 기자 ] 미국 뉴욕시에 있는 2만여 개 레스토랑 중 미쉐린가이드에서 스타(★)를 받은 곳은 72곳이다. 그중 5곳을 제외하면 모두 양식·일식당이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미쉐린가이드 2018 뉴욕 베스트 레스토랑’에 처음으로 한국 식당 한 곳이 포함됐다. 스테이크하우스 ‘꽃(cote)’이다.
꽃을 처음 찾는 뉴요커들은 세 번 놀란다. 꽃이 지난 6월 개업 후 다섯 달 만에 별을 받았다는 점, 주인인 사이먼 김(한국명 김시준·35·사진) 대표가 2013년 개업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피오라’도 별을 얻었다는 점에서다. 그리고 꽃이 뉴욕에 널린 스테이크하우스 중 피터루거, 미네타터번에 이어 세 번째로 별을 받은 곳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중학생 때인 1995년 뉴욕으로 이민온 김 대표가 식당 사업에 눈뜬 것은 대학생 시절이었다. 네바다주립대에서 호텔경영학을 배운 그는 2학년 때부터 라스베이거스 MGM그랜드호텔 식당에서 일했다.
2007년 뉴욕으로 돌아와 유명 셰프 장조지의 레스토랑에 취업한 것을 계기로 잠재력을 확인했다. 미쉐린 별 셋을 자랑하는 프랑스 레스토랑 ‘부숑’에서 매니저 자리까지 승진했다. 6년간의 경력을 쌓으며 자신감이 붙자 피오라를 열었다. 피오라는 성공적이었지만 정작 하고 싶은 것은 한식당이었다. 종가집 며느리로 매일 40인분 음식을 만들던 어머니의 손맛에 빠져 어릴 때부터 한식이 좋았다.
지난 5월 김 대표는 “이제 한국 음식을 팔아야겠다”고 맘먹었다. 몇 년간 눈독을 들여온 맨해튼 22번가에 꽃을 개업했다. 코리아타운이 아니다. 손님의 80% 이상이 뉴요커다.
김 대표의 성공 비결은 한국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고객 배려다. “한국 음식은 맛있고 위대합니다. 뉴요커가 즐길 수 있도록 서빙 등 방식만 편하게 해주면 됩니다.”
김 대표는 뉴요커들을 배려해 성공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뉴욕만의 고급식당 기준이 있다”며 “음식의 창의성, 잘 짜인 와인 리스트 등은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메시지가 뚜렷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엔 워낙 식당이 많고 다양해 “주먹으로 빵 때리듯이 뉴요커들의 기억에 남길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하나로는 열정을 꼽았다. 그는 대학 때부터 하루 14시간씩 일했다고 했다.
김 대표는 “한국인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식당, 미국인이 즐겁게 올 수 있는 한식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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