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기는 등에 센서가 달린 것 같다. 한참을 토닥여 간신히 재웠는데 침대에 눕히자마자 바로 “응애” 하고 운다. 한밤중에도 자지 않고 보채는 아기를 달래느라 엄마는 피가 마른다.
“왜 울어. 도대체 어떡하라는 거니? 이러면 정말 엄마도 울고 싶단 말이야.” 아기 엄마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눈물을 흘려봤을 것이다. 젖먹이 아들을 안고 절절매던 시절 나 역시 그랬다.
아기는 하늘의 축복이지만 이 시대에 아기를 키운다는 것은 동화처럼 마냥 행복하지 않다. 때로는 헝클어진 머리에 초췌한 얼굴로 시도 때도 없이 우는 아기와 씨름하며 눈물을 찔끔거리기도 해야 한다. 많은 엄마에게 공감을 얻은 《독박육아》라는 책을 보면 이 시대에 아기를 키우자면 “쪽잠은 기본, 세수는 사치”라고 한다. ‘독박육아’는 혼자 힘으로 아기를 키우는 것을 바가지 쓴 것에 비유한 신조어다. 도와주는 사람이 없는 엄마는 샤워는커녕 먹고 자는 일조차 여의치 않다.
엄마가 된 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엄마라고 한다. 친정엄마처럼 자상하게 돌봐주는 손길이 필요하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모두가 바쁜 핵가족 시대인지라 산모 홀로 아기와 함께 남겨지는 경우가 많다. 남편이 거들어 줘도 잠깐 고마울 뿐이다. 아빠들 역시 아기가 처음이고 엄마가 된 아내도 낯설어서 허둥대기 일쑤다.
아기에게 엄마가 필요하듯 산모도 엄마가 필요하다. 그래서 ‘엄마 행정’을 펴고 있는 서울 서초구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 7월부터 모든 출산가정에 산모돌보미를 보내 2주 동안 친정엄마처럼 챙겨준다. 산후조리원을 나온 산모도 추가로 이용할 수 있다. 정부의 제도를 보완해 소득이 많든 적든, 그리고 아기가 첫째든 둘째든 상관없이 지원한다. 금액도 최대 217만원까지 지원받게 늘렸다. ‘서초형 산모돌보미’ 제도는 부모 중 한 사람이 1년 이상 실제 거주만 하면 도움을 준다. 이것저것 따지기보다 당장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을 돕자는 취지다.
올해 신생아 수가 사상 처음 40만 명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31년부터는 인구가 줄어 국가 존립이 위태롭다는 예고도 있다. 서초구도 0세 인구가 지난해 3305명으로 전년보다 11%나 줄었다. 절박한 마음으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때다.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 엄마도 태어난다. 저출산의 먹구름이 걷히려면 모두가 엄마의 마음으로 ‘갓난 엄마’들을 보살펴야 한다. 엄마의 얼굴에서 웃음이 돋아날 때 아기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이 땅에 가득해지리라 믿는다.
조은희 < 서울 서초구청장 gracecho@seocho.g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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