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판 등 축소한 '위저보드'서 작전 지시하며 이·착륙 통제
레이건호 지휘 달튼 준장 "항모 3척 공동훈련 계속해야"
[ 이미아 기자 ]
지난 11일부터 한반도 인근 동해상에선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3척이 우리 해군과 함께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호(CVN 76)와 니미츠호(CVN 68), 시어도어 루스벨트호(CVN 71)다. 연합훈련 사흘째인 13일, 미군은 레이건호의 훈련 현장을 국내 언론에 공개했다.
취재진은 이날 오전 11시30분께 경기 오산기지에서 C-2 그레이하운드 함재기를 타고 레이건호를 향해 이륙했다. 미 해군에서 가장 오래된 수송기 중 하나지만 성능이 뛰어나 여전히 애용된다. 여기엔 이상철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대리, 찰스 헤이 주한영국대사, 전진구 해병대사령관 등이 동승했다.
오후 1시5분께 레이건호에 도착했다. 항모에 내릴 때 속력은 시속 130㎞였지만 어레스팅 와이어(착륙하는 항공기에 고리를 걸어 짧은 거리에서 멈출 수 있도록 하는 굵은 쇠줄) 덕분에 즉각 멈췄다.
레이건호는 이날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울릉도 동북방 동해상에서 훈련했다. 미군 관계자들은 공식적으로는 항모 위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NLL에서 남쪽으로 92㎞, 울릉도 동북방 92㎞ 해상으로 나타났다. 미국 핵항모가 동해 NLL 근방까지 북상하는 광경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갑판은 매우 분주했다. 축구장 3개 넓이의 미로 같은 갑판에서 F/A-18 슈퍼호넷 전투기, 전자전 공격기 EA-18G 그라울러, 공중경보기 E-2C 호크아이 등이 3초 만에 이륙했다. 매캐한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노란색, 초록색, 흰색, 빨간색, 검은색 등 각기 다른 조끼를 입은 승조원들이 항공기 이·착함 임무를 수행하느라 정신없이 뛰고 있었다. 이 항모엔 비행기를 싣고 내리는 전용 엘리베이터가 4대 설치돼 있다.
비행갑판 통제소엔 레이건호 갑판과 항공기를 축소해 놓은 위저보드(Ouija Board)가 있었다. 이 위에 각종 항공기 모형을 올려놓고 작전 지시를 하며 비행기 이·착륙을 통제한다.
제5항모강습단장인 마크 달튼 미 해군 준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항모 3척이 참가하는) 이런 공동훈련을 하려고 한다”며 “(항모들이 이끄는) 항공기와 배가 많기 때문에 공동 작전을 위해서는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번 훈련에 중국과 북한이 반발한 것과 관련해선 “이런 훈련을 하지 않으면 미국은 물론 동맹국 방어 능력이 저하된다”며 “훈련이 중단되면 결국 이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지키는 데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반박했다.
동해=국방부공동취재단·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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