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 민감한 휴대폰·반도체 생산라인 자동으로 멈춰
석유화학단지 내진설계로 규모 7.0 강진에도 견뎌
철강·자동차 등도 차질 없어
[ 좌동욱/주용석 기자 ] 15일 오후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한 직후 이 지역과 울산, 구미 등 인근 지역 대형 공장들은 조업을 일시 중단하고 직원을 대피시킨 뒤 긴급 점검에 나섰다. 하지만 설비에 이상을 미칠 정도의 피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곧바로 재가동에 들어갔다. 전국에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 24기도 모두 정상 가동됐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방폐장)도 피해가 없었다.
포스코는 지진 발생 직후 생산 차질 및 피해 여부를 긴급 점검한 결과 별다른 피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지난 4월 본사 건물과 제철소에 첨단 지진 계측 장비를 설치하고 지진 발생 시 재난정보를 직원들에게 자동으로 알려주는 자동경보 시스템을 구축했다.
경북 구미에 있는 삼성전자 휴대폰 공장과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LG디스플레이 TV 패널 공장 등에서는 일부 생산라인이 지진을 자동으로 감지하고 작동을 잠깐 멈춘 뒤 재가동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구미 공장은 지진이 발생하자 매뉴얼에 따라 6500여 명의 직원을 즉각 대피시켰다. 이로 인해 스마트폰 조립 라인이 30분가량 가동 중단됐다. 경기 기흥·화성·평택 공장과 충남 아산의 온양 공장 등 삼성전자의 다른 제조 현장에서도 별다른 피해 사례가 없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는 지진이 발생하자 매뉴얼에 따라 지진 대응 종합상황실을 가동했다. 크레인 등 지진 피해 우려가 있는 대형 설비는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했으며 피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뒤 정상 가동에 들어갔다.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도 조업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포항 인근의 울산석유화학단지에 있는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의 정유공장 역시 정상 가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관계자는 “규모 7.0 지진도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를 했다”며 “지난번 경주 지진 때도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이 입주한 산업단지도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포항 인근 온산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펄프·제지업체 무림P&P의 이동원 공장운영부장은 “지진 발생 시 약간의 흔들림은 있었지만 공장 가동에는 전혀 지장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날 포항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이 원전 운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진앙에서 가장 가까운 월성원자력본부의 원전 6기도 모두 이상이 없었다. 정부가 조기 폐쇄를 검토 중인 월성 1호기 역시 지진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통상 원전은 지진 규모가 0.18g(원전 건물에 미치는 실제 지진의 힘을 뜻하는 최대지반 가속도 기준)이면 자동 정지되는데 이날 월성 1호기에 감지된 규모는 0.013g에 불과했다.
국내 원전 24기는 규모 7.0의 지진을 견딜 수 있는 신고리 3호기를 제외하고 모두 6.5(0.2g)로 내진 설계돼 있다. 정부는 모든 원전의 내진능력을 내년 6월까지 7.0으로 높이기로 했다. 현재까지 21기의 성능을 이 수준으로 보강했다. 3개월간 공론화 과정을 거쳐 건설 재개가 결정된 신고리 5·6호기는 규모 7.4까지 견딜 수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은 해당 지역에서 예측 가능한 최고 규모의 지진보다 높은 기준으로 설계한다”며 “현재 기준으로도 충분히 안전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좌동욱/주용석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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