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나는 연기 위해 조연급 100회 이상 오디션 봐"

입력 2017-11-16 17:25  

영화 '범죄도시' 제작자 장원석 대표가 전하는 흥행비결


[ 유재혁 기자 ]
마동석이 주연한 형사액션 ‘범죄도시’가 지난달 3일 개봉 후 장기 흥행에 들어가 16일 현재 관객 수 674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가운데 ‘내부자들’(912만 명) ‘친구’(818만 명)에 이어 역대 3위다. 올 들어서는 ‘택시운전사’(1218만 명) ‘공조’(781만 명) ‘스파이더맨: 홈커밍’(725만 명)에 이어 4위 기록이다. 총 70억원을 투입한 제작투자배급사 측 순이익은 140억원을 헤아린다. 이 영화는 2004년 중국 조선족 조직폭력배들이 서울에서 저지른 범죄실화를 토대로 제작했다. 영화를 제작한 장원석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대표(41·사진)에게 예상을 깬 흥행실적 비결이 뭔지 물어봤다.

“형사영화는 리얼함이 생명이죠. ‘와일드카드’ ‘부당거래’ ‘공공의 적’ ‘베테랑’ 등 흥행작의 공통점은 실감나고 탄탄한 스토리였습니다. ‘범죄도시’도 그런 포인트에 충실했다는 점이 흥행 비결인 것 같습니다.”

장 대표는 “형사역 마동석과 악당 장첸역 윤계상이 뛰어나게 연기했고 100회 이상 오디션을 거쳐 뽑은 조연급들의 연기도 탁월했다”며 “캐릭터들이 펄펄 살아 있어서 진짜 ‘조폭’과 형사를 뽑았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살벌한 분위기의 장첸파 대머리 조폭 역 진선규는 최근 한 영화상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또 다른 장첸파 조폭인 김성규, 형사 역 홍기준, 허동원, 하준 등도 갈채를 받았다. 각자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모두가 절실함이 있었어요. 배우들은 연극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면서 영화에 드물게 캐스팅됐죠. 강윤성 감독은 충무로 입성 7년 만에 데뷔 기회를 잡은 ‘늦깎이’였어요. 악역 윤계상과 촬영 미술팀원들은 지금까지 흥행작이 없었어요. 이들이 혼신의 힘을 투입한 것입니다.”

허명행 무술감독은 형사와 조폭들이 현장에서 쓰는 리얼 액션을 연출했다. 화려한 몸동작이나 치고 박는 액션이 아니었다. 싸움에서 한순간에 상대를 제압하는 액션이었다. 정돈되지 않은 액션이기 때문에 다치지 않기 위해 더많은 연습을 해야 했다.

“‘범죄도시’는 폭력성이 강해 유머로 누그러뜨려야 했어요. 마동석이 유머를 책임졌죠. 다른 형사 캐릭터들의 연기도 웃음을 끌어냈고요.”

극중 마동석은 근육질 몸을 십분 활용해 휴대폰으로 통화하면서 상대의 공격을 단박에 제압했다. 주먹이나 손바닥으로 한방 때려 상대를 기절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강한 형사 캐릭터는 한국 영화에 없었다. 형사들이 용의자를 ‘진실의 방’으로 데려가 헬멧을 씌운 채 때리는 장면도 폭소를 유발했다. 윤계상이 옌볜식 사투리로 “전화 아이받니” 하는 대사는 ‘무서워서라도 받아야 한다’는 의미로 장안에 유행어가 됐다. 상대편 조폭을 오간 ‘회색 조폭’ 박지환도 장내를 웃겼다.

그러나 장 대표는 불과 한 달여 전 ‘지옥’을 맛봤다. 김구 선생의 젊은 시절을 극화한 ‘대장 김창수’가 흥행에 참패한 것이다. 총제작비 77억원으로 220만 명이 손익분기점이었지만 37만 명에 그쳤다.

“‘대립군’ ‘박열’ ‘남한산성’ 등 사극 시리즈의 끝물에 나와 대중의 관심이 줄어든 탓이 컸습니다. 가벼운 오락영화를 찾는 시즌이 왔거든요. 김구 선생의 얘기임을 마지막에 밝히는 대신 차라리 일찌감치 오픈하고 마케팅을 했어야 하나 싶어요. 무엇보다 실존 인물이라 사실을 왜곡할 수 없으니까 영화적 재미가 떨어졌던 거죠. 반면 유가족은 사실적이라고 좋아하더군요.”

장 대표는 자신이 제작한 스릴러 ‘기억의 밤’을 오는 29일 개봉해 다시 관객의 평가를 받는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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