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곳도 상품 출시 안해…정부도 의지 없어
미국·일본·터키 등 해외선 정부가 나서 지진보험 내놔
[ 박신영/김순신 기자 ] 작년 9월 경북 경주 지진에 이어 지난 14일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하면서 지진 전용보험에 관심이 높다. 하지만 현재로선 소비자가 가입할 방법이 없다. 시판 중인 지진 전용보험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 금융당국은 보험회사들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지진 전용보험 도입을 논의했으나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섣불리 상품을 내놨다가 수익성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보험사의 반대에 직면해서다.
◆소득 없이 끝난 지진보험TF
지진 전용보험 도입 논의는 올초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경주 지진이 난 뒤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풍수해보험, 화재보험 특약 등 기존 상품만으로 지진 피해를 보상하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많았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부터 보험 관계기관 및 손해보험업계와 ‘지진보험 제도개선 TF’를 꾸려 지난 9월까지 가동했다. 그러나 TF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TF 성과가 없는 건 보험사의 외면 때문이다. 보험사는 기존 상품의 지진 특약 가입률이 저조한데 굳이 전용상품까지 개발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을 내놨다. 화재보험 가입자 중 지진특약 가입자 비율은 0.4%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다. 국내에서 지진 피해 통계가 부족해 위험률 산출이 어렵다는 점도 제기했다. 위험률은 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사고에 직면할 확률을 뜻한다. 위험률 계산 결과에 따라 보험료가 정해지는데, 자칫 관련 통계 없이 보험료를 책정하면 보험사로선 보험금을 과도하게 지급할 상황에 처할 우려가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진 전용보험은) 지진이 날 때만 반짝 관심을 끌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가입 문의가 줄어든다”며 “굳이 보험사가 나서서 상품을 내놓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해보험사들이 수익성만 따져 국민에게 필요한 상품을 외면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손해보험사들은 올 들어 9월 말까지 3조540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8% 늘어난 실적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손보사들이 큰 수익을 얻고 있는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온다”고 말했다.
◆해외선 정부가 지진보험사 운영
지진 전용보험이 없기 때문에 이번 포항 지진으로 보험 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소비자는 별로 없다. 손해보험 가입자 중 지진 특약에 가입한 사람이 적은 만큼 지진 피해에 보험을 적용받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상업시설·공장·주택 소유주, 세입자의 경우 화재보험뿐 아니라 재산종합보험, 풍수해보험 등의 지진특약에 가입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 또한 가입률이 낮다. 자동차가 지진에 따른 피해를 봤을 때도 보상받을 길이 없다. 자동차보험 약관에 지진피해에 대해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면책조항이 있어서다.
이 때문에 민간 보험사가 보험 출시를 미루면서 정부가 나서서 정책보험 상품을 내놓거나 보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진이 잦은 미국 캘리포니아는 주정부가 지진보험회사 CEA(California Earthquake Authority)를 직접 운영한다. 캘리포니아는 보험법에 따라 주택보험에 가입한 사람에게 지진보험 가입 권유서를 보낸다.
일본 정부도 일본지진재보험회사를 설립해 손보사들이 해당 보험계약을 재보험에 넘길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놨다. 터키는 모든 주택에 대해 지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해당 보험을 손보사들이 공동 인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신영/김순신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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