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라코리아, 상반기 매출 '국내 1위'
빅로고 티셔츠, 매월 판매량 경신
코트디럭스 신발 하루 1500개씩 팔려
리복, 로고 앞세운 협업 제품 '대박'
카파 신제품 두달 만에 매출 30%↑
[ 김영은 기자 ]
아날로그 감성이 하나의 트렌드가 된 지금, 패션도 과거를 향해 돌아가고 있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처럼 스타일뿐 아니라 1990년대 유행하던 브랜드 자체가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특히 1990년대를 풍미한 스트리트 브랜드는 새 디자인이 아니라 전통 디자인을 내세워 인기 몰이 중이다. 휠라 카파 리복 등 1990년대 전성기를 누린 브랜드들은 과거 브랜드 로고와 옛 디자인을 되살려 ‘대박’을 냈다.
가장 화려하게 부활한 곳은 ‘휠라’다. 휠라코리아는 올 상반기 국내 패션기업 중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휠라코리아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매출은 1조3465억원, 영업이익은 1304억원에 달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00%, 300% 이상 뛴 수치다. 삼성물산 한섬 등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패션업계 1위에 오른 휠라의 비결은 무엇일까.
휠라는 2000년대 들어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에 밀리며 유행에 뒤처진 ‘아저씨 브랜드’ 이미지가 생겼다. 2011년 550억원에 달하던 영업이익도 꾸준히 추락하며 2016년 40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 같은 상황에서 휠라는 젊은 층을 겨냥한 과감한 브랜드 리뉴얼로 승부수를 띄웠다. 고객층을 20대 이하로 낮추기 위해 1020세대에 적합한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대로 브랜드 정체성을 재정립했다.
부활의 주역은 휠라 로고를 활용한 ‘헤리티지 라인’이다. 특히 러시아 출신인 신진 디자이너 고샤 루브친스키와의 협업은 세계 패션인 사이에서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고 리한나, 비욘세, 켄달 제너, 에이셉 라키 등 톱스타들까지 휠라를 사랑하게 만들었다.
빅로고 티셔츠, 코트디럭스 등 휠라가 새롭게 내놓은 헤리티지 라인은 국내에서도 불티나게 팔린다. 지난해 9월 발매한 코트디럭스(신발)는 7월 말까지 누적 판매량이 50만 족을 넘어섰다. 하루평균 1500족이 팔린 셈이다. 여기에 빅로고 티셔츠도 매월 판매량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리복’에 인공호흡을 한 디자이너 역시 휠라를 되살린 고샤 루브친스키다. 루브친스키는 2016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리복과의 협업 아이템을 선보이며 옛 향수를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리복은 브랜드 상징인 벡터 로고를 베이스로 여러 브랜드와 협업하며 스트리트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남녀가 등을 맞대고 앉아 있는 모습의 로고 ‘오미니’로 유명한 ‘카파(Kappa)’ 역시 1990년대 큰 사랑을 받았다. 그동안 조용하던 카파도 전통 로고를 전면에 내세우며 실적에 날개를 달았다. 카파의 성장 동력은 브랜드 헤리티지를 살린 ‘222반다(222 BANDA)’ 라인이다. 카파는 ‘222반다’ 라인을 출시한 올해 7월 이후 8월까지 두 달도 채 안 되는 기간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늘어났다.
■ 휠라·리복·카파 부활 이끈 러시아 디자이너 루브친스키
리복 카파 휠라 등 1990년대 ‘핫한’ 브랜드의 부활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러시아 출신 디자이너 ‘고샤 루브친스키’(사진)와 손잡았다는 것. 루브친스키 디자이너는 ‘유스(Youth) 컬처’의 대명사로 불린다. 그는 주류 패션계와 거리가 먼 러시아 출신이다. 1985년 태어나 자신이 유년기를 보낸 1990년대의 향수를 고스란히 담은 스트리트 패션을 선보이며 1020세대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1991년 소련 해체 후를 뜻하는 ‘포스트 소비에트(Post-Soviet)’ 시절, 모스크바는 새로 유입된 외국 음악과 예술·스킨헤드족 등 거친 하위문화에 휩싸여 있었다.
이런 문화적 격동기가 키워낸 루브친스키 디자이너는 반사회주의 에너지를 패션에 적극 반영했다. 자신과 자신의 브랜드를 ‘젊은 러시아인(young Russian man)’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만큼 루브친스키 디자이너의 영감의 원천은 오로지 러시아였다. 밀라노나 파리가 아닌 비주류 러시아 감성으로 재해석한 그에게 아디다스·휠라·카파·리복 등 스포츠 브랜드뿐만 아니라 버버리 등 럭셔리 브랜드까지 손을 내밀고 있다.
김영은 한경비즈니스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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