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사무직 근로자에 대해 포괄임금제 금지 지침을 마련 중인 것도 그런 사례다. 포괄임금제란 실제 근로시간에 관계없이 연장근로 수당 등을 미리 정해 매달 정액 지급하는 방식이다. 근로시간 측정이 용이한 생산직과 달리, 정확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사무직에 주로 적용됐다. 고용부는 외환위기 이후 포괄임금제가 사무직의 41%에 이를 만큼 무분별하게 확산돼, 보상 없는 야근과 장시간 근로의 주범이란 시각이다.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물론 제도의 빈틈을 악용한 위법이나 도덕적 해이는 가려내야 마땅하다. 하지만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일률적 규제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시간’보다 ‘성과’에 의해 임금을 산정하는 게 세계적 추세다. ‘9 to 5’, 동시 출퇴근 등 정형화된 업무형태도 급속히 다양화하고 있다. 따라서 포괄임금을 손보더라도 탄력적 근로시간제, 임금 유연화가 함께 논의되지 않으면 고용비용만 높아져 일자리 창출에 역행할 가능성이 높다.
마찬가지로 코레일이 노사합의로 성과연봉제를 폐기하면서 2014년 이후 신규 입사자까지 연봉제에서 호봉제로 회귀한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과보호된 정규직, 획일적 연공서열식 호봉제 등은 저(低)성과자에게 유리할 것이다. 청년 취업이 절벽인 판국에 이런 고비용·저효율을 고집한다면 외환위기 전으로 역주행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통상임금 확대, 근로시간 단축 등 일련의 고용·노동정책은 제각기 이유가 있겠지만,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구성의 오류’로 치닫고 있다. 고용 유연성은 차치하고 임금체계마저 콘크리트처럼 굳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잠재적 취업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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