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여명 울린 '1조 다단계 사기' 연루자들 무죄 '논란'

입력 2017-11-21 17:31  

현장에서
절차 공정성 비판에 '2심서 잘해보라'는 재판부

IDS홀딩스 주범은 15년형인데
"지점장들은 죄 없다" 서둘러 판단

선고당일에 변론재개 통보
검찰의 재판연기 요청도 묵살

"돈 없겠지만 변호사 선임하라"
재판부 말에 피해자들 격앙



[ 박진우 기자 ] “1심으로 끝나지 않으니 지금부터라도 단결해서 효율적으로 대처하세요.”

이형주 서울동부지방법원 형사2단독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IDS홀딩스 지점장과 임원 15명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전원 무죄 판결을 내린 뒤 울부짖는 피해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IDS홀딩스 사건은 2015년 한국경제신문 보도로 알려진 1조원대 다단계 금융 사기로 피해자만 1만 명을 웃돈다. 김성훈 전 대표는 2015년 6월 사기 및 유사수신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그는 “집행유예는 무죄나 다름없다”며 같은 행각을 벌였고 피해 금액도 당초 677억원에서 1조1000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해 재차 기소된 김 전 대표는 올해 2월 1심에서 징역 12년, 2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대표와 함께 피해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적극 가담한 주요 지점장과 임원 15명도 추가 기소됐다.

이날 재판은 재판부의 일방적인 진행으로 절차적 공정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피고인 측은 지난 15일 재판부에 지금까지 검찰조차 본 적 없는 추가 증거 자료를 제출하며 변론 재개를 신청했다. 이미 선고일이 잡힌 상태였다. 재판부가 검찰 측에 해당 자료와 함께 변론 재개를 통보한 것은 공판 시작을 겨우 네 시간 앞둔 오전 9시. 검찰 측은 당황했다. 반대 심문을 할 준비가 안돼 있다며 선고기일을 늦춰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묵살했다. 선고 당일 담당 검사와 함께 이례적으로 부장검사(박은정 동부지검 공판부장)까지 출석한 이유다.

추가 증거는 지점장들이 2015년 4월 열린 한 회의에서 김 전 대표로부터 투자 권유 방법에 대한 강연을 듣는 동영상과 녹음파일이었다. 자신들도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김 전 대표에게 속았기 때문에 피해자와 다를 게 없다는 논리였다.

변론이 재개됐지만 제출된 증거 자료에도 미심쩍은 구석이 적지 않았다. 동영상은 2016년 4월 촬영됐지만 녹음파일 두 개는 지난해 6월2일과 12일 각각 만들어졌다. 이들 녹음파일이 김 전 대표와 지점장 한 명이 기소된 5월20일 이후에 생성됐으므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작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다.

피고인 측 논리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꽤 있었다. 피해자들에 비해 상당한 금융 지식을 갖춘 지점장들이 연 90%에 달하는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김 전 대표의 주장을 그대로 믿었다는 게 대표적이다. 이들 지점장은 김 전 대표에게 계약서에서 ‘당신의 투자금이 다른 사람의 이자 지급에 사용될 수 있다’는 조항을 빼자고 건의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장인 이 부장판사는 선고를 앞두고 “1심 재판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1심 판결의 중요성을 애써 깎아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자들이 추가로 기소되면 재판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취지의 말도 덧붙였다.

이 부장판사는 이날 판결 직후에도 피해자들에게 “혼자서 목소리를 높여도 의미있는 얘기는 극히 드물다”며 “돈 없는 건 알지만 변호사를 선임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 부장판사는 최근 대법원에 맞서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을 잇따라 내놔 세간에서 유명해진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으로 알려졌다. 가해자의 인권만큼이나 피해자들의 인권을 배려했다면 이렇게 쫓기듯 서둘러 판결을 내릴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박진우 지식사회부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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