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정규직 전환…
고용 유연성 확대 역주행 하는 '일자리 정부'
[ 이심기 기자 ] 외환위기를 겪은 지 20년이 지났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올해 경제성장률이 3%대로 올라서고 세계 경제도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일자리 감소에 대한 경고음은 되레 커지고 있다. 정부의 산업·노동정책이 고용 창출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데다 국가 차원의 신수종 산업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일자리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에서 사라진 일자리만 14만 개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일자리는 32만 개 증가했지만 양질의 대기업 일자리는 9만 개 줄었다. 올해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부터 혹독한 구조조정에 들어간 조선산업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STX조선과 성동조선해양은 일감 부족을 견디지 못하고 전체 직원의 30% 이상을 감원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회사에선 지난 3분기에만 정규직 근로자 3000명가량이 일터를 떠났다.
자동차산업의 일자리도 위태롭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으로 해외 판매가 급감한 가운데 최저임금 대폭 인상, 정규직 전환 등을 관철하려는 노동계가 산업계 전체를 거세게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GM에서는 줄어드는 일감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노노(勞勞) 갈등’까지 벌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GM 철수의 재앙을 알리는 예고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정부의 구호는 말 그대로 구호에 그치고 있다. 지난 14일 연례협의에서 “지금은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를 위한 개혁에 나설 때”라고 강조한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는 정부 내 초기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대중 정부 초대 경제수장이던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과거와 같은 경제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금리 환율 임금 등이 제자리를 찾도록 해야 한다”며 “기업가의 기를 살리는 풍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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