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임상결과까지 '호재'…신라젠, 올 들어 주가 9배 급등한 배경은

입력 2017-11-21 18:46  



항암바이러스 개발업체 신라젠의 주가가 무섭게 오르고 있다. 항암바이러스 후보물질 '펙사벡'에 대한 달아오른 기대감은 4년 전 임상 결과까지 주목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1일 신라젠의 주가는 13만1000원을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8조7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6일 상장 당시 공모가 1만5000원과 비교하면 약 9배 올랐다. 올 들어 상승률은 888.68%다.

신라젠 주가의 본격적인 상승세는 지난 6월 시작됐다. 세계 최초 항암바이러스 '임리직'을 개발한 암젠이 6월 3일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한 임상 결과가 기폭제가 됐다. ASCO에서 암젠은 임리직과 면역관문억제제 '여보이'를 같이 투여한 임상 2상에서 피부암(흑색종) 환자의 치료율이 38%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여보이를 단독 투여했을 때의 18%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다.

이 결과로 펙사벡 병용 투여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앞다퉈 개발하고 있는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가 면역반응을 회피하는 신호를 차단, 면역반응을 증가시켜 암을 치료한다. 그러나 고형암에서 이들의 치료율은 매우 낮다. 때문에 병용 투여를 통해 치료율을 높이는 임상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고, 항암바이러스가 병용 투여의 한 축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생긴 것이다.

신라젠의 펙사벡은 임리직 이후 임상 개발 단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현재 간암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신라젠은 2020년 상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신장암 대장암 유방암 등 다른 고형암으로도 6개의 임상을 동시 진행 중이다.



또 임리직과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를 병용 투여한 임상 1상 결과, 흑색종 완치율이 33%에 달했다는 논문이 지난 9월 국제 학술지(cell)에 게재되면서 기름을 부었다. 이는 키트루다가 단독 투여 임상 3상에 보인 5%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 과정에서 펙사벡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높아졌다. 4년 전 임상 결과까지 재조명받을 정도다. 최지원 신라젠 연구소장은 전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신장암을 대상으로 한 펙사벡의 단독 투여 국내 연구자 임상 2상에서 완치 환자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 보도 영향으로 신라젠은 20일 상한가(30% 상승)를 기록했다.

이 임상의 결과는 2013년 국내 암학회에서 발표된 것이었다. 17명 중 1명의 완치 환자가 나왔고,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질병통제율은 70%를 넘어섰다. 질병통제율은 암세포가 성장을 멈추거나 크기가 줄어든 환자 비율을 말한다.

주가 급등에 대한 시장의 해석은 분분하다. 기대감이 너무 커져 수년 전의 결과인지도 모르고 투자자들이 과열된 반응을 보였다는 분석이 나오는가 하면, 내년 초 시작 예정인 미국 리제네론과의 신장암 병용 임상의 청신호로 재조명됐다는 평가도 있다. 신라젠은 펙사벡 및 리제네론의 면역관문억제제 후보물질 'REGN2810'의 병용 임상 1상을 내년 예정하고 있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는 "올해보다 내년에 거는 기대가 더 크다"며 "내년에는 진행하고 있는 7개 글로벌 임상의 중간 결과가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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