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홍종학 장관에 기대 크다"…한국당 "예산안과 연계해 맞설 것"

입력 2017-11-21 18:52   수정 2017-11-22 09:39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얼어붙는 예산 정국

문 대통령 "사람 일이 마음같지 않아"
홍 장관에 임명장 주며 심정 토로
"반대 많았던 장관들 더 잘한다"

강력 반발하는 야당
한국당 "부적격자 임명은 오기정치"
국민의당 "박근혜 정부와 차이가 없다"



[ 조미현/유승호 기자 ]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으로 문재인 정부의 초대 내각이 갖춰졌다. 출범 174일 만에 조각을 마친 김대중 정부보다 21일이나 늦게 꾸려진 것이다. 내각은 완성됐지만 ‘여소야대’인 국회 상황에서 국정 운영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벌써부터 야당은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홍 장관 임명을 강행한 데 반발하며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연계할 뜻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 홍 장관에게 “잘해달라”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홍 후보자를 장관으로 공식 임명하면서 “정말 참 사람 일이 마음같지 않다”며 “새 정부 경제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게 중소기업·중소상공인·벤처기업에 대한 지원 육성 부분인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이제야 임명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혁신 성장을 주도적으로 끌고 가야 할 중기부 장관에 박성진 포스텍 교수를 낙점했지만 그는 종교관 등이 문제가 되면서 낙마했다. 홍 장관 역시 부인과 딸이 거액의 재산을 증여받은 것이 문제가 돼 ‘편법’ 증여 논란이 일었다.


문 대통령은 “반대가 많았던 장관들이 오히려 더 잘한다”며 “그런 가설이 이제 가설이 아니라 정말 그렇게 되도록 해주기를 부탁드린다. 기대가 크다”고 했다.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을 강행한 데 대해 홍 장관이 책임감을 갖고 일할 것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됐다. 곁에 있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홍 장관에게 “고생이 많았는데, 정말 잘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밀어붙인 장관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홍종학 중기부 장관 등 세 명이다. 문 대통령은 “야당의 반대가 있었지만 정부 조각을 시급히 마무리해야 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갈 길이 아주 바쁘다”며 “이런 사정을 감안해 야당들도 양해해주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예산안 정국 꼬일까

문 대통령의 당부에도 국회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야당은 “홍 장관을 장관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예산안 처리와 연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와 국민이 절대 부적격자로 판정한 장관 임명은 문재인 정부의 오기 정치”라며 “이런 오기 정치와 밀어붙이기 정치가 예산안 처리에도 연계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법인세율 인상 등 세법 개정을 야당과 협의 없이 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해 변칙적으로 밀어붙이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경고한다”고 했다.

장제원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문재인 정권이 아무리 홍종학 씨를 장관이라고 우겨도 국민은 홍종학 씨를 홍종학 전 의원이라고 부를 것”이라며 “한국당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예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청와대의 오만과 독선에 강력하게 맞서겠다”고 말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문재인 정부의 장관 임명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어떤 차이도 찾아볼 수 없다”며 “인사를 예산, 법안과 연계시킬 생각은 없지만 개별 의원들이 어떻게 할지는 장담하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유의동 바른정당 수석대변인은 “아무리 사람이 없더라도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절세 노하우를 전수하는 곳으로 만들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홍 장관 임명에 대해 부정적 여론보다 긍정적 여론이 많다”며 “야당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무산시키고 임명 시 국회 파행을 얘기하는 것은 국정 발목잡기”라고 비판했다.

조미현/유승호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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