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아 출산 등 후유증 심각 확인
[ 이미아 기자 ] “탈북한 지 어느새 20년이 다 돼 갑니다. 그런데 남한에선 북한 인권을 그렇게 강조하면서 왜 지금 이 순간 북한의 보통 사람들이 그 땅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는 관심이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탈북자들이 참여한 북한 연구 단체 샌드연구소(옛 통일비전연구회)의 최경희 대표(46·사진)는 최근 서울 내수동의 사무실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최 대표는 2001년 탈북한 뒤 2005년 일본 도쿄대에서 유학했다. 이후 ‘북한 수령 권력의 생성과 메커니즘’으로 도쿄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한양대 현대한국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탈북자 출신으로 해외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건 그가 처음이다.
최 대표는 지난해 7월부터 올 9월까지 함경북도 길주 출신 탈북자 21명을 심층 면담해 조사한 결과를 이달 초 발표했다. 길주엔 북한이 여섯 차례 핵실험을 한 풍계리 핵실험장이 있다. 인구가 약 14만 명이며, 북한에선 철도 교통의 요지로 손꼽힌다.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조사자 대부분이 원인 모를 탈모와 백혈구 감소증, 뼈와 관절의 고통, 극심한 두통을 호소했다. 기형아 출산이 잇따르고, 20~30대 청년 사망자가 이유를 알 수 없이 급격히 늘었다. 핵실험에 따른 지진에 시달리고, 나빠진 수질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증언도 잇따랐다. 탈북자들은 “길주가 핵실험 장소인 풍계리 만탑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한데 모이는 바가지 모양의 지형이기 때문에 이곳 주민은 모두 풍계리에서 내려오는 물을 먹는다”며 “이 물이 방사능에 오염됐을 텐데 그것도 모르고 수십 년을 마신 걸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길주 출신 탈북자의 실상을 전하는 데 관심을 둔 계기는 간단했다”며 “탈북자를 면담하는 과정에서 길주 출신 사람들만 유난히 육체적 고통을 호소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당연한 의심’을 말하는 남한 사람은 없었다”고 최 대표는 털어놨다. 그는 “남한에선 북한을 너무 추상적이고 이론적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며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 하고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정작 북한 현장을 논하는 목소리는 작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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