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맥] 한반도를 넘어서 아시아와 유럽으로

입력 2017-11-22 18:29   수정 2017-11-23 14:50

"20~21일 미얀마 아셈 외교장관회의
북핵 외교적 해결 호소해 큰 호응
아시아·유럽 연계강화 적극 나서야"

임성남 < 외교부 제1차관 >



오늘날 국제정치와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춰 볼 때 세계의 안정과 번영은 미국, 아시아 그리고 유럽이라는 세 개의 큰 축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간 우리는 미국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각에 익숙했지만 오늘날 세계는 아시아와 유럽을 이어주는 유라시아 대륙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유라시아 동쪽 끝자락에 있는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를 기반으로 신(新)북방·신남방정책이라는 비전하에, 아시아와 유럽 간 연대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그 외교무대가 바로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이다. 1996년에 출범한 아셈은 아시아와 유럽의 53개국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글로벌 현안을 논의하는 포럼으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20~21일 미얀마 네피도에서 개최된 제13차 아셈 외교장관회의에서는 유럽과 아시아 간 연계성 강화 문제가 화두가 됐다. 사전에 정한 주제 없이 난상토론을 벌이는 리트릿 세션에서는 북핵, 로힝야족 문제, 테러리즘 등 민감한 현안들이 논의됐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역시 북핵 문제였다. 대다수 참석자들은 북핵 문제가 지역안보를 넘어선 글로벌 안보이슈로서 국제핵비확산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는 현안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 또 북한에 대한 제재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면서도, 외교적 해결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필자는 다음달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訪中)을 준비하기 위해 중국에 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대신해 이 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각국 정상들에게 북핵 문제는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내년 2월에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전기로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와 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지지해 줄 것을 요청해 큰 호응을 받았다.

북핵 문제에 대한 회원국의 일치된 입장은 이번 회의의 성과물인 의장성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만장일치로 채택된 의장성명에서 아셈 회원국들은 한반도 긴장완화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남북관계 개선 및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구축을 위한 우리 정부의 이니셔티브에 주목했는데, 이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우리의 주도적인 역할의 필요성을 확인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아셈 외교장관회의에서는 최근 국제무대에서 새롭게 대두하고 있는 ‘평화와 개발 간의 시너지’에 대해서도 많은 토론이 이뤄졌다. 우리 대표단은 한반도에서의 역사적 경험을 기초로 평화와 개발 간 서로 떼어낼 수 없는 연계성을 강조하면서, 이 문제를 아셈과 같은 국제무대에서 지속적으로 다뤄 나갈 것을 제안했다.

유럽과 아시아 간 연계성 강화를 위해 더욱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여 나가자는 데 대해서도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아셈 차원에서 ‘연계성’이란 국가 간, 사람 간, 사회 간 관계를 경제, 정치·안보, 사회·문화 등 다양한 차원에서 심화시킨다는 의미로 쓰인다.

우리나라는 유라시아 초고속 통신망 사업, 중소기업 친환경혁신센터 등의 사업을 주도하면서 이런 연계성 강화에 기여해 온 핵심국 중 하나다. 게다가 우리 정부는 지난 9월 아셈 경제장관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한 데 이어 21~22일 아셈 교육장관회의도 여는 등 아셈 내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필자는 이번 회의 참석을 통해 유럽과 아시아의 많은 국가가 유럽연합(EU)과 아세안이라는 저마다의 지역협력체를 통해 긴밀한 친구관계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새삼 확인했다. 또 지정학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한국이 외교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두세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진리를 절감했다.

내년 10월에는 유럽통합의 상징이자 유럽의 수도인 브뤼셀에서 아셈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우리에게 가까우면서도 아직은 먼 유럽과 아시아의 친구들에게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다가서야 할 때다.

임성남 < 외교부 제1차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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