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 개선 이끈 실무주역
노무현 정부 때 민정수석실 근무
문재인 대통령과 '남다른 인연'
[ 조미현 기자 ] “11월은 완전히 외교의 달이네요.”
지난 21일 청와대 춘추관을 찾은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60·사진)은 “고생 많은 거 치곤 표정이 좋다”는 기자들의 인사에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부터 한·중 관계 개선 협의문 발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국빈 방한, 문재인 대통령 동남아시아 순방 등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면서 대변인 뺨 칠 정도로 언론 접촉이 빈번하다. 이날엔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국빈 방한 내용을 브리핑하기 위해 춘추관을 찾았다.
국가안보실은 정의용 실장 아래 국방·안보를 담당하는 이상철 1차장과 외교·통일정책을 맡은 남 차장이 있다. 지난 정부에서는 국가안보실에 수석급 차장이 한 명이었지만 새 정부 들어 외교안보수석 업무가 안보실로 통합되면서 2차장이 생겼다.
남 차장은 김기정 전 2차장이 임명 한 달도 안돼 부적절한 처신으로 경질되면서 후임으로 뒤늦게 청와대에 합류했다. 문 대통령과의 인연이 남다르다. 남 차장은 노무현 정부 때 외무공무원으로 이례적으로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다. 당시 민정수석이 문대통령이었다. 민정수석실에서 일하게 된 것은 외교부의 ‘대통령 폄훼 투서 사건’이 계기가 됐다. 외교부 북미국 간부가 직원들과 식사 자리에서 청와대 내 386 인사들이 주도하는 대미 외교정책을 “반미적”이라고 발언했는데 이 같은 사실이 민정수석실에 투서로 접수됐다. 외교부 내 ‘자주파’ 대 한·미 동맹을 우선시하는 ‘동맹파’의 갈등이 겉으로 드러난 사건이었다. 남 차장은 외교부 조약국(현 국제법률국) 심의관으로 있으면서 자주파로 분류됐다. 남 차장은 자주파 입장에서 민정수석실의 조사를 받았다. 이때 문 대통령 눈에 들어 민정수석실에 파견됐다.
남 차장은 지난달 말 한·중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봉합하는 협의문을 이끌어내는 데 정의용 실장과 함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지난 7월부터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차관보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실무 차원에서 접촉해 온 것이 결실을 보았다.
부산에서 태어난 남 차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외무고시 12회로, 국가안보실 2차장에 임명되기 직전까지 주스웨덴 대사로 근무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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