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두 주도 '아폴로 계획' 출범
포드·다임러·인텔 등 50개 기업과 자율주행차 상용화 협력
알리바바는 150억달러 투자…허베이성에 '스마트시티' 건설
텐센트는 의료·헬스 플랫폼 개발
[ 강동균 기자 ] 중국 정부가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대표 정보기술(IT) 기업과 공동으로 국가 차원의 인공지능(AI) 플랫폼 구축에 나선다. 회사명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해 ‘BAT’로 불리는 이들 기업을 선봉장으로 내세워 AI 허브를 구축한 뒤 이를 통해 AI 분야 생태계 조성과 기술 개발에 가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정부는 2030년 미국을 제치고 AI 분야 세계 1위 국가로 올라서겠다는 ‘AI 굴기(起·떨쳐 일어섬)’를 추진하고 있다.
◆‘AI 굴기 드림팀’ 출범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과학기술부는 지난 20일 홈페이지에 IT 분야 핵심 부처와 공공기관 15곳으로 구성된 ‘차세대 AI 발전계획 추진 위원회’를 설립했다고 공지했다. 과기부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공업정보화부, 중국과학원, 중국과학기술협회 등이 참여했다.
위원회는 최대 검색기업 바이두,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 텐센트, 음성인식 기술 개발 전문기업 아이플라이텍(iFlyTek)을 AI 분야 선도 기업으로 지정했다. SCMP는 “중국 정부가 AI 굴기를 위해 ‘국가대표 드림팀’을 꾸렸다”고 평가했다.
위원회는 또 이들 기업이 주도해 만들 AI 플랫폼의 초안도 공개했다. 바이두는 자율주행자동차 분야의 플랫폼 구축을 이끈다. 바이두는 자율주행차 핵심 기술이 AI라고 보고 이를 집중 개발하고 있다. 지난 6월 중국 13개 기업을 포함해 세계 50개 기업과 손잡고 자율주행차 플랫폼 개발 계획인 ‘아폴로 계획’을 출범시켰다. 미국 포드자동차와 독일 다임러벤츠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를 비롯해 인텔, 엔비디아 등 반도체 기업, 중국 유카·싱가포르 그랩 등 자동차 공유서비스 업체를 협력 파트너로 끌어들였다. 바이두는 내년까지 고속도로와 시내 도로에서 기술 테스트를 완료하고 2019년엔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알리바바는 스마트 도시 건설을 위한 플랫폼인 ‘시티 브레인’ 개발 프로젝트를 맡았다. 지난해 대만 전자업체 폭스콘과 공동으로 저장성 항저우에 스마트 도시를 시범 구축한 데 이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세 번째 국가특구로 추진 중인 허베이성 슝안신구에 AI 등 첨단기술이 집약된 미래형 스마트 도시를 세울 계획이다. 알리바바는 3년 동안 AI 관련 기술 개발에 150억달러(약 16조37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텐센트는 의료 및 헬스 분야 플랫폼을 담당한다. 텐센트는 5월 미국 시애틀에 AI연구소를 세우고 50여 명의 AI 전문가를 영입했다. 중국에서도 200명 이상의 엔지니어가 AI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아이플라이텍은 음성인식 AI 개발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번 초안을 만든 회의에 참석한 위카이 전(前) 바이두 딥러닝연구소 소장은 “네 개 기업이 개발한 AI 플랫폼을 전부 공개해 중국의 모든 기업이 가져다 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30년 미국 넘어 세계 제패 야심
중국 국무원은 7월 ‘차세대 AI 발전 계획’을 내놨다. 2030년까지 AI 중심 국가로 발돋움하고 핵심 및 연관산업 규모를 각각 1조위안(약 165조원), 10조위안까지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2020년까지는 AI 전체 기술·응용 수준을 선진국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2025년까지 일부 AI 기술·응용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한 뒤 2030년에는 미국을 넘어 세계 AI 혁신의 중심 국가로 우뚝 서겠다는 것이다.
AI 분야에선 미국이 가장 앞서 있지만 중국도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년간 발표된 AI 관련 논문 수는 미국, 영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4위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중국이 AI 분야에서 몇 년 안에 미국을 따라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AI 분야 발전에서 중요한 네 가지 요소는 인재, 데이터, 인프라, 컴퓨팅 역량인데 중국은 인재와 데이터, 인프라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컴퓨팅 역량을 좌우하는 반도체 부문에선 아직 해외에 의존하고 있지만 최근 중국의 반도체산업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머지않아 독자적인 역량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는 AI를 국가안보와 사회질서 유지에도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단기적으로는 범죄 예방과 테러 방지, 중장기적으로는 군 장비 개발과 운용 실무 분야에까지 AI 기술을 접목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산둥성, 장쑤성, 광둥성 등지의 대도시 교차로에 얼굴인식 장치를 설치해 보행신호 위반자의 신원을 곧바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갖춘 게 그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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