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 1000만장 쌓은 조적 달인
"건축마감 기능인 역할 중시해야"
기능인 35명 정부포상 받아
[ 심은지 기자 ] “벽돌집도 내진 시공을 하면 지진에 끄떡없습니다. 벽돌로 지은 유럽의 성당들은 수백 년이 지나도 여전히 아름답고 튼튼하죠.”
건설 현장에서 34년간 벽돌 쌓는 기술을 연구해 ‘조적(組積·벽돌쌓기)의 달인’으로 불리는 김재흥 온누리빌 시공팀장(52·사진)은 22일 “경북 포항 지역의 건물 외부 벽돌들이 지진으로 떨어져 나가는 걸 보고 안타까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팀장이 그동안 쌓은 벽돌은 1000만 개가 넘는다. 이 분야 최고 수준의 기능인에게 부여하는 건축일반시공기능장에 합격했고, 조적 타일 방수 철근 등의 자격증도 14개나 보유하고 있다. 이날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연 ‘2017 건설기능인의 날’ 기념식에서 건설산업에 기여한 공로로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건설기능인의 날은 건설근로자의 사회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를 유도하기 위해 2010년 제정됐으며 이날 김 팀장 등 기능인 35명이 각종 포상을 수상했다.
김 팀장이 포항 지역의 지진 피해를 눈여겨본 건 그가 벽돌 쌓기 분야 내진 시공 전문가여서다. 2005년 5월 대구기능대(현 한국폴리텍대 대구캠퍼스) 신축공사에서 조적팀장을 맡으면서 내진 시공을 적용했고, 이후 많은 기능공에게 관련 기술을 전수했다.
경기 용인의 단국대 죽전 캠퍼스는 평생 잊지 못할 작업 현장이었다. 이 캠퍼스는 1997년 외환위기 때 발주사가 골조공사만 마친 채 부도를 내서 10년간 방치됐다. 2007년 조적팀장을 맡아 현장에 가보니 도면대로 짓지 않은 데다 골조도 휘어져서 마감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는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내진 시공법, 맞춤형 제작 등을 통해 안전한 건물을 완성했다”며 “좋은 도면도 중요하지만 현장 기능인들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작년 4월엔 국내 최고층 빌딩인 ‘제2 롯데월드타워’ 오피스동의 타일팀장을 맡았다. 그냥 타일만 붙이는 게 아니라 돌과 나무, 타일 등이 어우러지도록 해야 해 일반적인 작업보다 3배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김 팀장은 “요즘 건설 현장에선 기능공이 없어서 공사기간이 지연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외국 인력을 배치해도 3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가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했다. 그는 “기능인을 양성하기 위해 국가 예산이 많이 투입되고 있는데 형식적인 교육만 할 게 아니라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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