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선 아쿠아토피아인터내셔널 대표는 경남 통영 한산도 앞바다에서 복어를 키운다. 1만5000평 가두리 양식장에 황복을 비롯해 자주복(참복) 졸복 민어 등을 양식한다. 황복은 1kg에 7만원을 넘을 정도로 복어 중에서도 귀한 어종이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 황복의 대량 양식을 성공시켰다.
김 대표는 한국해양연구원(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소속 연구원이었다. 대학에서 수산 양식을 전공한 후 20년 간 해양연구원에 근무했다. 그가 안정적인 연구원 직을 박차고 나와 양식업에 뛰어든 건 16년 전. 경남 거제 어구마을에서 뱃길로 10여분을 달려 도착한 황복 양식장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양식장이 생각보다 큽니다.
“이 근처에선 평균 정도 됩니다. 다행히 오늘은 바람도 거의 없고 날씨가 좋아요. 파도가 거세면 서 있는 것도 힘들거든요. 처음에 양식을 시작할 때 충남에서도 해봤는데 여기(한산도 앞바다)가 수온이나 파도가 가장 좋았어요. 섬들로 둘러싸여있는 곳이라 바람이 적어 황복 양식에 최적입니다.”
▷황복만 키웁니까.
“황복을 키우고, 자주복(참복)과 졸복도 있죠. 육상 양식장에서 치어를 키워 이곳 가두리 양식장으로 옮겨옵니다. (모두 몇 마리쯤 됩니까.) 지금은 다 합쳐서 한 20만 마리쯤 되려나. 물론 실제 출하되는 건 더 적죠. 황복은 크는 데 오래 걸려요. 몸집도 작고. 황복은 2~3년은 키워야 500g까지 크죠. 자주복은 1년만 키워도 1kg가 넘게 자랍니다. 이 황복 좀 보세요. 영국에 관상용으로 수출하려고 한 적도 있어요.”
김 대표가 수심 6m인 수중 가두리 속으로 직접 배합한 인공사료를 던졌다. 작은 황복들이 바다 아래에서 먹이를 먹으러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 녀석들이 한 4개월 정도 된 거예요. 아직 작지요. 이 쪽을 보세요. 같은 시기에 입식한 자주복은 벌써 훨씬 크게 자랐잖아요."
▷황복을 관상용으로도 봅니까.
“복어는 눈이 움직이거든요. 눈을 껌뻑껌뻑하는 게 귀엽습니다. 다른 물고기들은 안 그래요. 복어는 눈 가장자리에 근육이 있어서 이걸로 눈을 감았다 떴다 합니다. 황복은 색도 예쁘고 몸집도 작고 둥그스럼해 보기 좋지요. 대신 성질이 사나워요. 앞에 얼쩡거리는 건 덥석 물거든요. 속담에도 원통한 일을 당해 이를 빠득빠득 가는 걸 '복어 이 갈듯 한다'고 합니다.”
잠시 후 황복을 잠시 바다 속에서 건져내 이빨을 다듬는 작업이 시작됐다. 가두리 양식장에서 키우다 보면 서로 물어 상처를 내기 때문에 다치지 않도록 이빨의 날카로운 부분을 정리해주는 것이다. 황복을 위에서 보니 운동할 때 휘두르는 곤봉처럼 생겼다. 옆에서 보면 서커스 공연을 하는 광대가 연상된다. 황복이라는 이름은 이 물고기의 몸 색깔이 노란 데서 붙여졌다. 노란색 띠가 입 아래부터 꼬리 자루까지 이어져 있는 게 특징이다. 가슴 지느러미 뒤쪽에 큰 점이 있어 눈으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미식가들은 황복을 ‘복어 중의 복어’로 치는 경우가 많다. 살이 쫀득쫀득해 씹을수록 담백한 단맛을 쏟아낸다고 한다. 자주복이 1kg당 2만5000~3만원에 팔린다면 황복 값은 두배가 넘는 1kg당 7만~8만원이다.
김 대표는 해양연구원에 근무했던 1990년대 초 황복 양식 연구를 시작했다. 참게 연구를 위해 임진강을 자주 드나든 것이 황복과의 첫 만남이었다. 황복은 원래 서해의 연안과 하구를 왔다 갔다하면서 사는 어종이다. 바다에서 자란 후 강으로 올라와 산란한다.
김 대표는 어민들이 알을 낳으러 강으로 올라오는 황복을 잡아 비싼 값에 파는 걸 보고 연구할 가치가 있겠다 싶었다고 한다. 황복 양식을 주제로 한 정부 과제를 1995년부터 3년 동안 맡았다.
▷어쩌다 황복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그 당시 우리 (연구원) 팀이 황복 말고도 여러 물고기 양식법을 연구했어요. 요즘 많이 하는 연어, 송어 양식도 그 때부터 연구했던 거예요. 참조기 참게 새뱅이(민물새우) 이런 것도 했었고. 우럭도 양식이 잘 안 됐을 때부터 기술을 연구했고요. 그 때 황복이 워낙 귀하고 개체 수가 많이 줄었어요. 보호를 하자는 운동도 있었고, 가격도 아주 비쌌지요.”
▷다른 복어 어종과 많이 다릅니까.
“사람들은 복어를 일본 생선이라고 많이들 생각해요. 일본이 복어를 가지고 세계화에 성공한 건 맞지만, 사실은 중국에서 전통적으로 복어를 많이 먹었거든요. 이 중국의 복어가 바로 황복이에요. 자주복은 일본과 한국과 중국에 다 있지만, 황복은 중국과 한국에서만 살아요. 살이 아주 달고 향기롭습니다.”
▷그렇게 맛있습니까.
“흔히들 '황복은 봄에 먹는다'고 아는데 맛으로 치면 틀린 말입니다. 봄에 알 낳으러 강으로 올라오니 그 때만 잡을 수 있고, 그래서 제철이 봄이라고 하는 거예요. 하지만 그 땐 황복이 알을 차고 있기 때문에 영양분이 알로 가서 사실 맛은 덜 합니다. 양식 황복은 계절과 상관 없이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3년 간의 노력 끝에 1997년 황복 양식에 대한 기초 연구가 끝났다. 하지만 전례가 없어 양식을 하겠다고 나서는 어민이 없었다. 한 번 잘 키우면 비싸게 팔 수 있지만, 키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리스크가 컸다. 김 대표는 고민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한창 연구원 벤처창업을 유도하는 정책이 나왔을 때였다.
▷그래서 직접 뛰어든 겁니까.
“어민들을 위해서 양식 기술을 개발한 건데, 사실 어민들 사이에선 '정부가 개발해 놓은 것 하면 망한다'는 분위기가 있었죠. 하하. 또 기초 연구는 끝냈지만 연구가 다 완성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달 착륙했다고 우주 연구가 끝난 것이 아니듯이요. 이건 해 볼 만 하다고 생각했어요.”
▷비전이 있어보였나요.
“잘 될 것 같았어요. 왜냐하면 중국에서 원래 복어를 많이 먹었는데, 1945년 전쟁 때 군인들이 복어를 먹고 독 때문에 자꾸 죽으니까 마오쩌둥이 60년 간 복어 금식령을 내렸어요. 그게 풀리는 게 2005년이었거든요. 13억 중국인이 복어를 먹기 시작하면 황복 양식이 유망할 거라 본 거죠.”
10년 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2001년 연구원을 나와 아쿠아토피아란 회사를 차렸다. 한산도 앞바다 가두리 양식장에서 황복을 양식했다. 황복은 크는데 2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그 사이엔 민어나 참돔 등 다른 물고기를 키워 내다 팔았다. 다른 양식장을 컨설팅해주며 벌어들인 수입은 황복 양식에 쏟아부었다.
▷중국 수출엔 성공했습니까.
“2005년 복어 금식령 해제를 앞두고 중국에서 한창 논란이 일어났어요. 예정대로 금식령을 해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고, 또 아무나 요리를 하면 사고가 날 위험이 있으니 금식령을 풀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죠. 한국에서 100분 토론하듯이 중국 TV에서 이 주제를 놓고 매일 토론을 했어요.”
▷결과는요.
“해제가 안 됐어요. 사실 중국 양식업자들도 금식령이 풀리면 내다 팔기 위해 복어를 미리 키우고 있었거든요. 그 사람들이 자국 내에서 못 팔게 되면서 2005년 이후엔 중국에서 양식한 복어가 한국에 싸게 들어왔죠. 한국 어민들의 복어는 설 자리가 더 좁아졌고요.”(중국의 복어 금식령은 2013년부터 차츰 풀려 2015년 해제됐다.)
황복 중국 수출은 예상처럼 되지 않았지만 김 대표는 민어와 참돔을 팔면서 양식업을 이어갔다. 황복 양식 역시 포기하지 않았다. 황복 요리 전문점을 직접 열었다. 김 대표의 아내가 복어 요리 자격증을 따서 한산도에 식당을 냈다. 황복의 맛을 아는 사람들이 알음알음 찾았다. 그 사이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황복 양식 노하우가 쌓여갔다.
▷그럼 키운 황복은 주로 식당에서 씁니까.
“아내가 힘들다고 해서 지금은 안 하고 있어요. 대부분은 서울에 있는 황복 요리 전문점에 납품합니다. 올해는 황복 가공상품을 기획해서 대형마트에 내볼까 해요. 지난 복날에 자주복으로 구성한 복어탕 상품을 이마트에서 팔았는데 반응이 괜찮았어요.”
▷수출은 안 합니까.
“중국으로 보내려면 규모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우리가 아직까지 그렇게는 안 돼요. 중국은 생산량을 1억마리 규모로 요구해요. 저 혼자 하기보단 주변 양식장과 함께 해야할 것 같습니다. 이 근처 바다에서 양식 기술을 공유해 황복 클러스터를 만들고 싶어요. 제주도에서도 광어 양식장 열 곳이 모여서 조합을 꾸리고 브랜드를 만든 사례가 있거든요. 규모화해서 품질 안정성도 갖추고요.”
▷하겠다는 사람이 있나요.
“충청도에서도 하겠다는 사람이 있는데 그쪽 바다는 제가 어장 환경이 어떤지 모르잖아요. 어설프게 전수했다가는 원망만 들어요. 이쪽 어장은 사례가 있잖아요. 제가 여기서 16년을 해왔지 않습니까. 이 쪽에서 하겠다는 사람 있으면 제 노하우 공유해서 제대로 해보고 싶죠.”
김 대표가 황복 양식 연구를 시작한 지도 20년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실수도 하고 실패도 겪었다. 귀한만큼 키우기도 힘든 황복, 하지만 워낙 비싼 탓에 수요는 확 늘어나지 않는다. 그 사이 황복 양식을 시도했던 다른 어민들은 몇 해만에 포기하기도 했다. 그가 어렵고 까다로운 황복 양식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복어를 바다 생태계의 황제라고 합니다. 복어 중에서도 가장 귀한 게 황복이에요. 예전엔 복어 하면 곧 황복을 뜻했어요. 복어가 돼지고기처럼 맛있다고 해서 하돈(河豚?강의 돼지)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렇게 민물까지 오는 어종이 바로 황복이거든요. 사람들에게 이런 황복의 가치와 진면목을 알리고 싶습니다.”
거제=FARM 고은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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