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하면 터지는 코픽스 공시 오류…"금융공시시스템 우간다 수준"

입력 2017-11-2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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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주택담보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ㆍ자금조달비용지수)의 공시 오류가 또 재발했다. 은행권이 '이자장사'로 대규모 실적잔치를 벌이고 관계기관은 책임을 떠넘기기 바쁜 가운데,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이 떠안을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은행연합회는 2015년 5월 15일에 공시한 2015년 4월 기준 코픽스(신규취급액기준) 금리를 1.78%에서 1.77%로 0.01%포인트 하향 조정한다고 공시했다.

KEB하나은행 직원이 잘못된 금리 정보를 입력하면서 전체 금리의 평균이 올라간 데 따른 것이다. 금리 산정 오류로 인해 7개 대형은행에서만 37만명이 총 12억원의 이자를 더 내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1인당 피해액은 약 3300원 수준이다. 지방은행 등까지 전수조사할 경우 피해자는 최대 40만명, 피해액은 15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어느 금융기관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는 데 있다.

전산 입력 실수를 낸 하나은행의 경우 공식적인 사과문이나 해당 직원의 징계 등을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로부터 금리를 집계해 데이터를 산출 및 공시하는 은행연합회와 시중은행을 관리 감독하는 금융감독원도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코픽스의 공시 오류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에는 수치를 잘못 입력한 우리은행 측의 자진신고로 공시 오류를 발견했다. 소비자 4만3000여명이 약 500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이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는 공시오류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코픽스 신뢰성 제고방안'을 내놨다. △코픽스를 검정하기 위한 내부통제 표준절차 마련 △은행연합회의 공시 전 사전검증 강화 △코픽스 관리위원회 신설 △은행 내부통제 사후검사 강화 등이 골자였다.

특히 은행연합회가 내부에 신설한 '코픽스 관리위원회'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코픽스 관련 주요 사항에 대해 심의 및 자문을 담당하는 기구가 설립된 만큼, 같은 실수가 반복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코픽스 관리위원회는 학계 관계자는 물론 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가와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 관계자 등 5~7인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시 오류가 또다시 되풀이되면서 금융권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졌다. 최근 은행권이 '이자장사'로 6년만에 최대 순익을 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여서, 금융 소비자들의 불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금융소비자원은 "국내 금융권 공시시스템은 우간다 수준으로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날을 세웠다. 매번 같은 문제가 되풀이 되고 있음에도 의미있는 대책이 없는 등 금리체계와 공시가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원 측은 "은행연합회의 사전적 사후적 검증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며 "수능 전 날이라는 공시 발표 시점과 착오 인정 부분에서도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에 대해선 "금융시장의 문제가 무엇이고 소비자의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파악할 능력과 의지도 없어보인다"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실행되지도 않는 계획만 발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적어도 이번 만큼은 책임있는 조치와 함께, 금융권 전반의 공시를 전면 조사할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뒤늦게 코픽스 오류의 원인으로 지목된 하나은행에 대해 현장 검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발생 원인과 대응 과정, 내부통제 시스템 등을 규명하고 관련 책임을 엄격히 물을 계획"이라며 "코픽스 정보 제공 은행은 코픽스 산출 관련 내부통제 절차의 준수 여부 등을 자체 점검토록 지도했다"고 언급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시장에서 확정한 금리에 대해 당국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다"면서도 "시장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만큼 문제가 있는 부분은 제도를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채선희 /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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