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에도 김치 사먹는다…올 시장 3천억 돌파

입력 2017-11-23 17:50   수정 2017-11-24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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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김치 3년새 30% 성장
배추 등 김장재료 비싸지자
김장 포기한 '김포족' 늘어

종가집 점유율 60% 1위
김장 쉽게 하려는 수요 겨냥
절임배추·양념 판매도 인기



[ 김보라 기자 ] ‘사 먹는 김치’는 원래 여름에 가장 많이 팔렸다. 겨울에 담근 김장김치가 다 떨어졌을 때 포장김치를 찾았다. 김치 공장들은 6월부터 9월까지 풀가동을 하고, 김장 시즌에 문을 닫았다. 5년 전부터 달라졌다. 김장철에도 김치를 담그지 않는 사람이 늘자 김치공장은 한겨울에도 돌아가기 시작했다. 가정용 포장김치는 지난 3년 새 30% 이상 성장했다. 올해 시장 규모는 36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재료값 급등에 1~2인 가구 증가

국내 상품김치 시장은 약 1조3000억원 규모다. 이 중 관공서나 학교, 병원 등 업소용을 제외한 가정용 포장김치 시장은 지난해 2931억원을 기록했다.

김치를 사먹는 사람이 늘어난 첫 번째 이유는 원재료값이 올랐기 때문이다. 2010년 이후 배추 등 김장 재료값은 매년 상승했다. 이전까지 1㎏에 300원이던 배추값이 한때 2000원까지 올라 ‘다이아몬드추’라는 말까지 나왔다. 고춧가루 새우젓 등 양념 재료비도 올라 김장을 포기한 사람이 늘었다. 올해는 배추값이 평년보다 50% 이상 떨어졌지만 몇 년간 김치를 사 먹다가 배추가 싸졌다고 다시 김장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올해 농수산식품공사(aT)에서 발표한 4인 가족 기준 배추 20포기 김장 비용은 전통시장 22만4160원, 대형마트 24만5340원이다. 종가집 김치를 기준으로 포장김치 가격이 직접 담그는 것보다 3만~4만원 비싸지만, 김치 주문량은 전년 대비 20% 이상 늘었다. 문성준 대상 종가집 마케팅본부 팀장은 “몇 년 전부터 재료값이 비싸서 한번 사 먹어볼까 했던 소비자들이 1년 뒤 재구매를 하면서 시장이 급격히 커졌다”며 “김치를 담그는 노동력까지 포함하면 사 먹는 김치의 체감 가격은 훨씬 싸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1~2인 가구 증가로 소포장 김치 수요도 늘었다. 티몬의 10월부터 지난 19일까지 포장김치 판매는 전년 대비 25%, 소포장 김치 판매는 97% 증가했다. 홈쇼핑에서도 김치 판매는 증가하고 있다. GS홈쇼핑에서 종가집 김치를 판매하면 항상 30~40분 만에 매진된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홈쇼핑에 김치를 편성해달라고 김치 회사들이 상품기획자(MD)를 쫓아다녔는데, 지금은 MD들이 물량을 더 달라고 업체에 요구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절임배추 따로 ‘半셀프 김장족’

이 시장의 ‘절대강자’는 올해 30년을 맞은 대상의 종가집이다. CJ제일제당 풀무원 동원 신세계푸드 등이 뒤쫓고 있지만 종가집은 6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100% 국내산 재료와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상은 신안에 직접 천일염 염전을 운영하고 있고, 새우젓 등의 재료도 직접 생산한다.

시장을 키우기 위한 제품도 내놨다. 김장 문화가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절임배추를 내놓은 것. 종가집이 판매하는 ‘깔끔시원 김장양념’ ‘전라도 김장양념’ 등을 사 속만 버무리면 김장이 끝난다. 문 팀장은 “절임배추를 내놓은 2009년 20억원 정도의 시장이었지만 지금은 연 600억~800억원 규모의 시장으로 커졌다”고 말했다.

대상은 올해 맞춤형 김치인 ‘나만의 김치’를 내놨다. 양념 등을 직접 선택해 개인의 입맛에 맞는 김치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멸치액젓, 새우젓, 소금, 고춧가루 등 첨가할 양념의 양도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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