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사볼까?' 고삐 풀린 환율에 고민 깊어진 재테크족

입력 2017-11-24 15:31  



(김은정 경제부 기자) ‘또 무너졌네.’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연일 탄식이 나오고 있습니다. 쉽게 깨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여겼던 원·달러 환율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연거푸 무너지고 있거든요.

달러당 1100원대는 물론 정부가 최소한 방어할 것으로 인식됐던 1090원대마저 깨졌습니다. 지난 23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3원70전 떨어진 1085원40전에 장을 마쳤습니다. 연중 최저치입니다. 이달 들어 연중 최저치 경신은 그다지 새로운 일도 아니게 됐습니다. 그만큼 원·달러 환율 하락세(원화 가치는 상승세)가 가파르단 의미입니다.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릴 호재가 넘치는 까닭이죠. 북한 리스크가 상당 부분 희석된 데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를 넘어 계속 상향 조정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캐나다와 한도와 만기가 없는 상설 통화스와프 체결까지 됐으니 원화 자산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선호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자본시장으로 해외 자금 유입이 많아지는 것도 원화 가치를 높이는 요인입니다.

게다가 미국에서 공개된 미국 중앙은행(Fed)의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11월 의사록은 달러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죠. 여러모로 원화 강세 요인만 불거지고 있는 겁니다. 외환당국이 투기 세력에 대한 경고성 구두 개입을 해도 별다른 효과는 없는 모습입니다. 사실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실제 ‘물량 개입’ 뿐만 아니라 ‘구두 개입’도 조심스러운 상황이기도 하고요.

이렇다 보니 원·달러 환율이 1050원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오는 3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이 또 다른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수출 기업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지만 재테크족도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각 시중은행의 영업 창구나 자산관리 전문가들에게는 ‘이제 달러화를 살 때인가’, ‘언제쯤 달러화를 사면 좋은가’, ‘환율이 더 떨어질까’ 등 관련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가팔라진 이달 중순 이후에는 각 시중은행의 달러화 예금 잔액이 빠르게 늘었고요. 모바일을 통해 소액이라도 환전해두는 재테크족도 많아졌습니다. 겨울 휴가 여행 경비 등으로 사용하기 위한 소소한 ‘환테크’의 일종입니다.

산업별 이해득실 계산이 분주한 가운데 가파른 환율 하락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듯 합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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