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라의 소프트 차이나] 한한령에 콧대높던 中업체들…'블프'되자 내건 모델은?

입력 2017-11-24 16:21   수정 2017-11-24 17:45



우리나라의 교역상대국 1위가 중국이다. 중국 기업들은 이제 '짝퉁'이란 꼬리표를 떼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경닷컴>은 앞으로 중국 기업들의 이슈와 시장 트렌드를 발빠르게 전달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지난해 7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한·중관계는 유례없는 냉각기를 맞았습니다. 특히 지난 3월 중국 당국이 국민들의 한국 단체여행을 금지하는 '한한령(限韓令)'을 내리면서 타격을 입은 국내 기업이 적지 않았습니다.

중국 롯데마트는 사드 부지를 제공한 것이 롯데라는 이유로 현지에서 영업정지 조치까지 내려졌고, 중국 롯데 공식 홈페이지는 해커 공격에 마비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산 제품 '불매운동' 등 반한 감정이 커지면서 중국 TV와 쇼핑몰에는 한국 연예인들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양국 정부가 '한중관계 개선 협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분위기는 사뭇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유통업계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는데요. 24일 시작된 '블랙프라이데이(블프)' 행사 기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한류' 입니다.

중국의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Alibaba)가 운영하는 해외 직구 전용 사이트 '티몰글로벌(Tmall Global)'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인기 남성 아이돌 그룹 갓세븐(GOT7)의 멤버 잭슨(홍콩 출신)이 등장했습니다.

한한령 당시 중국기업들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한국 기업들이 가게 앞에 걸어놓은 한국 연예인 사진들을 조용히 내리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이 뿐만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 곳곳에서 중국 소비자들에게 전통적으로 인기 있는 한국BB크림, 마스크팩, 샴푸 등이 인기 리스트에 대거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티몰글로벌에는 아모레퍼시픽의 샴푸 브랜드 궁, 제이준코스메틱의 마스크팩 등이 블프 인기 상품으로 올라왔습니다. 또한 중국 내 역직구 플랫폼 양마토우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 아이펜슬, LG생활건강의 한방화장품 후가 눈에 띄네요.

선두주자 알리바바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의 홈페이지를 가도 한류 일색입니다. '메이크업' 코너에는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에뛰드·설화수, LG생활건강의 후, 닥터자르트 등 국내 화장품 유통 브랜드가 대거 보입니다.


블프 기간은 중국 유통업체 입장에선 광군제에 이어 올해 마지막 대목으로 꼽히는 쇼핑축제입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아이메이 리서치(iiMedia Research)에 따르면 올해 중국 해외 직구 이용자 수는 5800만명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작년보다 78.3%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이 업체에 따르면 내년도 30%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하네요. 이 때문에 중국 유통업체들은 '블프 직구족' 잡기에 분주합니다.

불과 올 초만 해도 사드 보복 조치로 한국 제품 불매 운동에 나선 것과 비교하면 이 같은 중국 기업들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임에 분명합니다. 지난 1월에는 중국 롯데관이 타오바오 쇼핑몰 등 현지 온라인 쇼핑몰에서 전면 중단된 바 있었죠.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중국 휴대전화 제조업체 '오포'의 전속 광고 모델이던 전지현 역시 광고에 나오지 못했었습니다.

최근 양국 정부 차원에서 사드 문제를 일시적으로 '봉합'한 영향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반발심리가 누그러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중 관계 해빙 분위기 속에서 블프 기간 중국이 한류를 등에 업고 고객 '홀리기'에 나섰습니다. 한중 관계, 이제는 본격적으로 회복되는 건지 두고 봐야겠습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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