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관광 명소를 찾아서 (4) 브루어리(맥주 제조장)
[ 이선우 기자 ]
여행 중 마시는 맥주 한 모금에는 평소 느끼던 시원한 청량감을 뛰어넘는 짜릿함이 있다.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이 맥주를 타고 온몸으로 퍼져 마치 마법의 약을 마신 듯 여행의 흥이 한껏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왕 색다른 경험과 추억을 쌓기 위해 떠난 여행. 평소 즐겨 마시던 맥주가 아니라 새로운 맛과 향의 이색 맥주로 여행의 풍미를 끌어올리고 싶다면 브루어리(맥주 제조장)로 가보자. 전통 기법의 맥주 제조 과정을 둘러보고 난 뒤 갓 제조한 다양한 종류의 수제 맥주를 즐길 수 있다.
한국인 입맛 맞춘 이색 맥주 ‘더핸드&몰트’
경기 남양주 화도읍에 있는 더핸드&몰트는 독일과 벨기에, 영국, 미국, 캐나다에서 수입한 맥아(엿기름)에 여러 종류의 홉을 섞어 만든 다양한 맛과 향을 지닌 맥주를 생산한다. 하루에 이곳에서 생산되는 2500L의 맥주는 전국 소규모 제조장 가운데 최대다.
서울 내자동에 전용 매장(탭룸)을 운영하는 더핸드&몰트는 한국인의 입에 맞는 맥주를 만들기 위해 청평에 있는 직영 농장에서 수확한 홉을 사용한다. 20여 년 경력의 맥주 제조 전문가가 전통 맥주 제조법에 김치 유산균과 전통 엿 등 한국적 요소를 더한 콘셉트 맥주를 계절마다 선보인다. 대표 맥주는 유럽형 클래식 맥주인 벨지안 위트와 아로마향의 깔끔한 끝맛이 일품인 저알코올 맥주 슬로 아이피에이, 맥아에 커피와 초콜릿 향으로 풍미를 더한 모카 스타우트 등이 있다.
약 1시간 걸리는 제조장 견학은 매주 토요일 운영한다. 사전 예약은 필수이고 최소 인원은 8명이다. 비용은 2만원. 제조장 견학과 시음을 포함해 맥주 3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다.
1호 수제맥주 제조장 ‘코리아 크래프트 브루어리’
충북 음성 원남면 코리아 크래프트 브루어리는 100% 국내 자본으로 만든 한국 최초의 수제 맥주 제조장이다. 한 번에 10종이 넘는 맥주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미국, 영국 등 물 전문 시험기관의 성분 분석을 통과한 물에 독일, 체코산 유기농 몰트와 홉, 국내산 과일의 맛과 향을 더한 다양한 맥주를 맛볼 수 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과 향을 지닌 허그미(HUG ME)는 생강과 고수풀(코리앤더), 오렌지 껍질을 이용해 만든 코리아 크래프트 브루어리의 대표 제품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하기 위해 출시한 평창 화이트 에일, 벨기에 수도원 맥주를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 서빙고, 바다처럼 시원하고 상쾌한 파인애플 향의 해운대 등 맛과 향은 물론 이름에서도 기발함이 엿보이는 40여 종의 제품 라인업을 갖췄다.
맥주 제조설비 견학과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시음할 수 있는 견학 프로그램은 매주 토요일 예약제로 운영한다. 비용은 4만원. 10명 이상이 신청하면 서울 잠실운동장에서 음성 제조장까지 무료로 버스를 제공해 준다. 제조장 견학 후 전용 탭룸에선 피자와 소시지, 지역 특산물로 조리한 음식과 함께 맥주를 즐기고 직접 살 수도 있다. 3만원짜리 프리 드래프트 티켓을 사면 2시간 동안 탭룸에 있는 맥주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새롭게 뜨는 제주여행 명소 ‘맥파이 브루어리’
개장과 함께 제주도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른 맥파이 브루어리는 2011년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 좁은 골목에서 시작했다. 지난해 제주 동회천동 빈 감귤 창고를 개조해 문을 연 맥파이 브루어리는 제주 시내에서 꽤 떨어진 외진 곳에 있지만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경리단길 좁은 골목 작은 브루숍 시절 최고 인기 메뉴이던 페일에일과 부드러운 끝맛으로 기존 흑맥주의 고정관념을 바꿔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포터, 라거 공법으로 숙성해 쓴맛이 적고 특유의 꽃향기가 특징인 쾰쉬, 강렬한 홉맛을 살린 정통 아메리칸 스타일의 아이피에이 등 클래식 시리즈를 맛볼 수 있다. 맥파이 브루어리가 계절마다 3종씩 내놓는 시즈널 시리즈 맥주도 놓치지 말아야 할 메뉴다.
제조장 견학과 시음 프로그램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총 3회 운영한다. 견학과 시음을 마친 후에는 제조장 바로 옆에 있는 탭룸에서 피자, 치킨와 함께 다양한 종류의 맥파이 수제 맥주를 즐길 수 있다. 비용은 1만원. 예약은 필수다. 견학 프로그램이 없는 평일에도 탭룸은 운영한다. 직접 제조장을 찾아가기 어렵다면 제주 탑동공원 근처에 있는 직영 매장을 이용해도 된다.
화산암반수 제주 맥주 ‘제스피’
제스피(JESPI)는 제주도개발공사가 화산암반수인 삼다수를 원료로 만드는 지역 맥주다. 110여 차례의 화산활동에 의해 생성된 한라산의 천연 화산층을 통과하며 천연 정수과정을 거친 화산암반수와 제주도의 청정 자연에서 자란 맥주보리를 주 원료로 라거와 페일에일, 바이젠, 스타우트, 스트롱에일 등 5종의 맥주를 생산한다. 제주도 특산물인 감귤 향과 맛이 나는 페일에일, 밀과 효모의 독특한 바닐라향이 어우러진 부드러운 풍미를 자랑하는 밀맥주 바이젠은 가장 인기가 높은 제품이다.
6.5도의 진하고 강한 알코올에서 전해지는 강한 맛의 스트롱에일은 지난해 대한민국 주류대상 크래프트 비어 부문 대상에 선정되며 최근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서귀포시 남원읍에 있는 제스피 제조장에선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총 4회 견학과 시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문 가이드의 안내를 들으며 맥주 제조 과정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이다. 제조장 견학을 마친 후에는 제스피의 대표 맥주를 한 잔씩 시음해 볼 수 있다. 비용은 무료. 최대 수용 인원은 40명이다. 반드시 전화나 이메일로 예약해야 한다. 제주시 연동 옛 신제주종합시장 1층에서 제스피 전용 매장을 운영 중이다.
국내 최초 맥주공장 견학관 ‘하이트피아’
하이트 맥주를 생산하는 하이트진로는 전국 6곳의 공장시설 가운데 강원 홍천과 전북 전주 2곳에 대규모 맥주 제조 설비를 갖췄다. 1933년 대한민국 최초로 설립된 하이트진로의 강원과 전주 맥주공장은 연간 5만여 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대표적인 기업형 산업관광 명소다.
홍천군 북방면에 있는 공장은 연간 50만kL의 맥주를 생산하는 동양 최대 규모의 맥주 공장이다. 공장 내 108개의 대형 탱크에는 성인 한 명이 하루에 10병씩 꼬박 330년을 마실 수 있는 60만L의 맥주가 저장돼 있다. 완주군 용진읍에 있는 전주공장은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자동화 설비를 갖춘 맥주 제조 공장으로 연간 49만kL를 생산한다.
견학 및 시음 프로그램은 공장 내 전용 견학관인 하이트피아(HITEPIA)에서 운영한다.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10시~오후 3시까지 총 8회 공장견학 프로그램을 무료로 진행한다. 견학 후 당일 생산한 생맥주를 간단한 스낵과 함께 시음할 수도 있다. 강원 공장은 1회 수용인원이 90명, 전주 공장은 40명이다. 최소 3주 전에는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해야 한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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