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IMF 외환위기 20년… 구조개혁은 계속돼야 한다

입력 2017-11-27 09:02  

[ 신동열 기자 ]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요청했습니다.”

1997년 11월21일 밤 10시20분. 임창열 경제부총리가 침통한 표정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나라가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사실을 발표했다. 한보, 기아자동차 등 대기업의 연쇄 부도로 경제 위기감이 확산되고 외환보유액 고갈로 대외 채무 불이행(디폴트)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국제기구에 ‘긴급 SOS’를 보낸 것이다. IMF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은 ‘경제주권’을 IMF에 맡긴다는 의미였다.

금융 지원의 대가는 혹독했다. IMF는 한국에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며 가혹한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30대 대기업그룹 중 16곳이 퇴출되고, 은행 26곳 가운데 16곳이 문을 닫으면서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렸다. 온 국민의 ‘금모으기 운동’은 IMF 관리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간절한 몸부림이었다.

IMF의 요구와 국내의 절박한 사정이 맞물려 이뤄진 구조조정(개혁)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강화시켰다. 우리나라는 3년8개월 만에 IMF에서 빌린 550억달러(현 환율로는 약 61조원, 당시 최고 환율로는 약 100조원)를 당초 합의한 상환 일정보다 일찍 갚고 ‘경제주권’을 되찾았다.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3845억달러(10월 말 기준)로 세계 9위,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1위(2016년 기준)다. IMF 외환위기 2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외형적으로는 세계적인 경제대국이며 외환 사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로 올라섰다. 하지만 조선·자동차·반도체 등 주력 산업은 물론 미래 4차 산업의 경쟁력이 중국 등에 위협받고 노동시장은 개혁의 무풍지대로 경직된 구조가 오히려 더 강화돼 가는 등 한국이 ‘제2의 개혁’을 하지 않으면 다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 5면에서 외환위기 후 20년과 현 한국 경제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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