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영어 학습 부담을 줄여준다는 명목으로 영어 절대평가를 시행했다. 90점 이상이면 모두 1등급을 주는 식이다. 문제는 대학들의 수용 방식이 정부의 의도와는 달랐다는 점이다. 영어보다 먼저 절대평가를 시행한 한국사만 해도 각 대학이 1~3등급은 모두 같은 점수로 처리하는 데 비해 영어는 등급별 격차를 분명히 했다.
예컨대 연세대는 영어 등급별 반영 점수 격차를 5점 이상으로 배정, 영어를 중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1등급이 100점이면 2등급은 95점, 3등급은 87.5점인 식이다. 연세대 지망생은 절대평가라고 쉽게 영어 시험을 치렀다가 낭패를 봤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대는 감점제를 적용했는데 1등급은 감점이 없고, 2등급은 0.5점 깎는 방식이다.
어정쩡한 영어 절대평가제 도입의 영향은 일파만파 수준이다. 김종우 양재고 진로진학부장은 “영어가 절대평가로 되면서 대학별로 수학이나 과학탐구에 가중치를 두는 일이 생기고, 같은 대학 안에서도 인문계와 자연계가 또 달라졌다”며 “작년과 비교해 수능 최종 환산점수 계산을 하는데 경우의 수가 더 많아진 꼴”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는 영어가 생각보다 쉽게 출제되지 않은 터라 영어로 인해 당락이 좌우될 상황에 처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2017학년도 영어성적을 토대로 절대평가 등급을 계산했을 때 국어·수학·탐구 원점수 합계가 290점인 학생 중 영어 2등급 비중이 7.1%에 달했다. 278점을 받은 수험생 중 영어 2등급 비중은 21.4%다.
입시업체 관계자는 “영어 절대평가가 제대로 시행되려면 국사처럼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정도로 등급 결과가 반영돼야 한다”며 “하지만 대학들은 입학 후 제대로 공부하려면 영어 능력이 필수라고 여기고, 정부도 영어 학력 저하를 의식해 난이도를 조절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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