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한번에 변호사 첨삭도
법률서비스에 빅데이터·AI 접목
70여종 문서작성·변호사 중개 등 이용 쉽고, 시간·비용도 아껴
글로벌 SW시장 2년내 57억달러
미국 리걸테크 기업 1000개 넘는데…
제법아는언니·헬프미·로비드 등 관련 스타트업 속속 등장했지만
각종 규제에 아직 걸음마 단계
[ 김주완 기자 ]
인공지능(AI) , 정보기술(IT) 등을 법률 서비스에 접목한 리걸테크(legaltech)산업이 국내에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에서 누구나 법률 문서를 쉽게 작성할 수 있고 법률 상담은 물론 변호사 소개도 해주는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각종 규제 때문에 해외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에 그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AI로 법률문서 작성
리걸테크는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이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법률 서비스다. 금융과 기술이 결합된 핀테크의 법률 서비스 버전인 셈이다. 최근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빅데이터, AI 등 IT가 발전하면서 법률 시장에서도 해당 기술과의 융합이 가속화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법률서비스 소프트웨어 시장은 2015년 38억2800만달러에서 2019년 57억6300만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리걸테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등장하는 등 산업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리걸테크의 핵심은 AI다. 문서 작업이 많은 법률 분야에서 AI가 각종 정보를 찾아내고 일반인에겐 어려운 법률 문서 작성을 도와줄 수 있다. 시간이 단축되고 비용도 크게 줄어든다. 국내에서는 법무법인 민이 설립한 ‘제법아는 언니’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최근 홈페이지에서 법률 문서 자동 작성 서비스를 시작했다. 근로계약서, 물품공급 계약서, 투자계약서 등 기업 관련 문서와 모욕죄 고발장, 임대차 계약서 등 개인 관련 문서 등 70여 개의 법률 문서를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새로운 법률 문서가 필요할 경우 신청을 받아 추가할 예정이다.
비용·시간 대폭 줄어
사용 방법은 어렵지 않다. 가령 비밀유지 서약서를 작성하려면 기업명, 대표 이름, 근로자 이름 등을 쓰고 비밀유지조항 중 필요한 것만 확인하면 법률 문서 작성이 끝난다.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작성자가 해당 문서에 추가로 법률 자문을 받고 싶다면 한 번의 클릭으로 변호사 첨삭도 받을 수 있다. 보통 법무사에게 간단한 법률 문서를 맡겨도 비용은 건당 30만원이다. 반면 ‘제법아는 언니’의 법률 문서 작성 서비스는 무료다. 앞으로 서비스를 보완해 유료화로 전환해도 비용은 법무사 고용보다 훨씬 저렴하게 책정할 계획이다. ‘제법아는 언니’를 운영하고 있는 정진숙 변호사는 “비용 등 문제로 법률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해 피해를 본 기업과 개인들을 위해 시작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벤처기업은 투자 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못해 회사를 뺏기거나 비밀유지 계약서가 없어 특허나 영업비밀을 침해당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제법아는 언니’는 향후 법률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기업, 일반 국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문턱 낮아진 법률 서비스
법률 스타트업 헬프미도 ‘지급명령 신청서’를 자동으로 작성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급명령은 대여금, 용역대금, 체불임금 등 돈을 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을 대신해 법원이 채무자에게 돈을 갚으라고 강제하는 제도다.
헬프미는 변호사 중개, 법인등기 작성 대행 서비스 등도 제공하고 있다. 리걸인사이트는 고소장 자동작성에 특화된 리걸테크 스타트업이다. 상해, 폭행, 명예훼손 등 10개 유형의 고소장을 인터넷에서 쉽게 작성할 수 있는 ‘마시멜로’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로톡과 로비드는 변호사를 소개해주는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로비드의 경우 변호사 선임에 입찰 방식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리걸테크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관련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사건을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것은 불법이다. 브로커를 막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서 변호사를 중개하는 국내 업체들의 수익 모델이 빈약하다. 또 판결 정보 제공과 분석 서비스에 필수인 판결 정보를 법원은 제한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전해영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에선 1000개가 넘는 리걸테크 기업이 서로 경쟁하며 성장하고 있다”며 “국내 리걸테크산업을 가로막는 관련 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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