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신규주택 판매 10년 만에 최고
집값도 지난해보다 13% 상승
자산 증가로 소비심리 되살아나
올들어 나스닥 28% 치솟아
연말 쇼핑시즌 겹쳐 역대 최고치
"올 증시 수익률 터무니없이 높다"
일각선 내년 조정 가능성 시사
[ 김현석 기자 ] 100개월째 확장 중인 미국 경기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증시가 끌고 집값이 미는 모양새다. 증시는 2009년부터 9년째, 부동산 가격은 2010년부터 8년째 상승세다. 기업 실적까지 뒷받침되는 경제 성장세인 점을 감안해 일각에선 거품이 끼지 않은 ‘이성적 과열(rational exuberance)’이란 말까지 내놓고 있다. 1990년대 말 닷컴 거품 직전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등장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란 말을 뒤집어 상황을 긍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주택 수요 늘고, 집값 오르고
미국의 신규주택 판매량은 지난달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 상무부가 27일(현지시간) 발표한 10월 신규주택 판매 건수는 전달보다 6.2% 증가한 68만5000건(계절 조정·연율 환산 기준)에 달했다. 2007년 10월 이후 가장 많은 판매 건수다. 9월엔 64만5000건으로 14.2% 급증했다. 올 들어 10월까지 누적으로는 작년 동기보다 8.9%, 지난 12개월간은 18.7% 늘었다.
신규주택 판매는 전체 주택시장의 약 10%를 차지한다. 몇 달 내 집을 꾸밀 가구, 전자제품 등의 소비를 이끌어내기 때문에 소비경기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크리스 루피 미쓰비시UFJ금융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선행지표인 신규주택 판매량이 급증했다는 점에서 향후 1년간 경기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10월에 판매된 새 주택의 평균 판매가도 31만2160달러로 작년보다 13.6% 상승했다. 9월 5.2개월치이던 신규주택 재고는 10월 4.9개월치로 줄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신규주택 판매가 급증하고 있지만 과열 상태는 아니다”며 “과열을 보이던 2005년엔 매달 120만 채 이상이 판매됐다”고 지적했다. 주택시장 대다수를 차지하는 기존 주택 판매량도 10월 548만 채로 전달보다 2.0% 늘었다.
주택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집을 내놓으면 팔려나가는 기간도 3주로 줄었다. 지난 30년 동안 가장 빠른 기록이다.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12년엔 11주 걸렸다. 미국인들은 저축 대신 부동산과 주식 등에 투자하는 비율이 높다. 주택과 주식 가격 상승으로 미국 가정의 자산이 늘면서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
◆낙관론엔 이유 있어
이달 초 주춤하던 뉴욕증시도 다시 상승세를 타는 분위기다. 지난주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유통주, 기술주 등이 급등하며 다우지수는 0.8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91%, 나스닥지수는 1.57% 올랐다.
올 들어 나스닥은 28%, S&P500과 다우지수도 각각 16%, 19% 치솟았다.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은 대부분 주가가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티븐 파커 JP모간 프라이빗뱅크 주식담당총괄은 26일 CNBC 방송에서 “시장은 성장과 이익 증가, 그리고 향후 기대감에 의해 상승해 왔다”고 주장했다.
시장조사업체인 게이브칼드라고노믹스의 아나톨레 카를레스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현 증시 상황을 ‘이성적 과열’이라고 진단했다. 1996년 미국 주가가 거침없이 오를 당시 앨런 그린스펀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동원한 ‘비이성적 과열’이란 말에 빗댔다. 이 발언 직후 미국 주가는 20% 폭락했다. 2000년엔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같은 표현을 제목으로 한 책을 펴낸 뒤 닷컴 거품이 꺼지기도 했다.
카를레스키는 “현재의 낙관주의에는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 경제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동반 성장하고 있다”며 “유럽의 높은 실업률, 해소되지 않은 중국의 과잉생산능력, 기술 발전과 글로벌 경쟁으로 인한 저물가 압력 등을 고려하면 과열 위험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자산운용사인 뱅가드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증시가 내년 조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70%에 달한다고 내다봤다. 이달 들어 미국 국채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 격차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로 좁혀지면서 경기 전망을 어둡게 했다는 것이다. 정크본드와 국채 간 금리 격차가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어든 것도 부정적 신호라고 분석했다.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수석전략가도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증시 수익률이 터무니없이 높다”고 진단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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