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복지로드맵] "정부, 공급확대 의지 천명…국지적 가격 안정 효과"

입력 2017-11-29 11:11   수정 2017-11-29 13:29

전문가 진단


정부가 29일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은 임대주택 등 5년 간 100만호의 주택을 공급하는 게 골자다. 공공분양 확대와 신규 택지지구 개발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문재인정부가 첫 주택공급 프로그램을 통해 그동안의 수요억제책과는 달리 공급확대 의지를 천명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공약보다 15만호 증가한 공급 계획”이라며 “택지 추가 지정이 포함된 대책인 만큼 ‘공급 충분’에서 ‘공급 확대’로 바뀔 부동산 정책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5년 동안 연 평균 1만7000호 수준이었던 공공분양 물량을 연 평균 3만호 수준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미 확보한 77만호 수준의 공공택지 외에 신규 택지도 개발할 예정이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공분양 물량이 많지 않아 규모면에서는 의미가 없지만 물량 증가를 꾀하는 정책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분양을 통한 주택공급 확대 정책은 나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 연구원은 “정부가 주거복지로드맵을 통해 시장이 원하는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시그널을 줬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저렴한 공공분양 주택이 늘어나는 만큼 서둘러 집을 사지 않으려는 대기수요가 증가하면서 집값 안정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보다는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 공급이 집중될 수 있는 만큼 국지적인 시장 둔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단기적으론 물량 증가에 따른 수요 위축이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론 기반시설 확대 등으로 인한 수혜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평균 17만호 규모로 공급되는 임대주택은 민간임대주택시장의 수요 위축을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박 위원은 “소형 빌라나 다세대·다가구, 오피스텔 임차 수요가 공공임대주택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공급 집중 지역은 수익성 악화 등의 영향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임대사업자 수요가 상가빌딩 등의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청약통장의 가치는 더욱 올라갈 전망이다. 신규 택지에 들어서는 민영주택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데다 공공분양도 늘어나는 등 저렴한 주택 공급이 확대돼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시세의 80% 수준인 신혼희망타운이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공급되고 신혼부부의 특별공급 비중 또한 확대된다”며 “일부 지역에선 수요자들이 그동안 아껴두던 청약통장을 한꺼번에 꺼내는 쏠림 현상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당초 주거복지로드맵에 포함될 것으로 예고됐던 민간임대사업자 인센티브와 세입자 보호 방안이 빠지면서 시장 불확실성은 커졌다. 다주택자들은 내년 4월부터 양도소득세가 중과되기 전에 임대사업자 등록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아직도 구체적 방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함 센터장은 “이번 대책엔 시장의 기대와 달리 중요한 내용이 빠졌다”면서 “현실화와 관련된 액션플랜이 잘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우 연구원은 “임대차시장 문제와 관련한 발표가 세 차례나 연기되면서 주택시장을 주도하는 다주택자들의 향후 움직임을 보다 불확실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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