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인수 후 '비주력' 정리
교환렌즈 신제품 잇따라 개발
해외 영업망 확대…58개국 수출
글로벌 브랜드 명성 되찾아
지난해 영업이익률 31%
[ 김태호 기자 ] 지난 6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 교환렌즈 생산업체 삼양옵틱스. 이 회사 렌즈는 카메라 마니아들 사이에서 ‘삼짜이즈’로 불린다. 독일의 세계적인 렌즈 회사 카를차이스(일명 칼 짜이즈)와 삼양옵틱스의 합성어로, 다른 전문가용 렌즈에 비해 가격은 싸지만 성능이 뛰어나 고객들이 붙여준 별칭이다.
한때 자본잠식과 경영진 횡령 등으로 관리 종목으로 지정된 삼양옵틱스를 ‘히든챔피언’으로 일궈낸 건 2013년 8월 이 회사를 인수한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이 크게 좋아지면서 DSLR 시장 규모가 급감하는 상황에서도 삼양옵틱스의 매출은 2014년 515억원에서 지난해 627억원으로 늘었다. 영업 이익률은 31.2%를 기록했다.
◆무분별한 다각화로 재무상태 악화
삼양옵틱스 인수에 대해서는 VIG파트너스 내부에서도 논란이 많았다.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누가 DSLR 카메라를 쓰겠느냐”는 반대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안성욱, 이철민 부대표를 포함한 ‘찬성파’들은 생각이 달랐다. 삼양옵틱스는 전문가가 주로 사용하는 수동초첨(MF) 교환렌즈 시장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는 회사다. 전문가들의 수요가 꾸준했다. 게다가 60개에 달하는 MF렌즈 제품군 중 15개 제품군만 생산하고 있어 성장잠재력도 컸다.
문제는 회사가 너무 많이 망가져 있다는 점이었다. 1979년 삼양광학공업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삼양옵틱스는 1980년대 필름용 일안반사식(SLR) 카메라의 교환렌즈 전문 브랜드로 글로벌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일본 도키나, 시그마와 함께 글로벌 3대 브랜드로 꼽혔다. 시장 점유율이 20%에 육박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새로 시작한 디지털 필름용 자동카메라사업이 실패로 돌아가고 노사분규까지 겹치면서 재무 상태가 악화됐다. 1990년 초 법정관리에 들어가 10년 가까이 주인 없는 상태로 운영됐다. 2000년 폐쇄회로TV(CCTV)업체에 인수되면서 주력 사업이 CCTV로 바뀌었다. 이후에도 회사 주인이 7차례 바뀌면서 바이오, 택배, 전기자동차 등 다양한 신규 사업이 추가됐지만 대부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2012년 삼양옵틱스는 매출 582억원, 당기순손실 176억원을 기록했다.
◆선제적 구조조정 나선 VIG파트너스
VIG파트너스가 삼양옵틱스 인수 제안을 받은 건 2013년 4월. 당시 이 회사의 매출 비중은 교환렌즈 35%, CCTV 65%로 구성돼 있었다. VIG파트너스는 그중 교환렌즈에 주목했다. 극한 상황에서도 매년 신제품을 개발 중이었고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도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었다.
하지만 기존 인수합병(M&A) 방식으로는 인수가 쉽지 않았다. 교환렌즈 외에 비주력 자산이 너무 많았다. VIG파트너스는 회사를 굿컴퍼니(주력자산)와 배드컴퍼니(비주력자산)로 분리한 뒤 굿컴퍼니는 인수하고 배드컴퍼니는 청산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교환렌즈사업을 굿컴퍼니로 떼어내 680억원에 인수하고 남은 비주력사업들은 청산한 뒤 회사를 자진 상장폐지하는 구조였다. 이철민 부대표는 “기술력을 갖춘 회사여서 깨끗한 구조에서 경영을 정상화하면 성장 여력이 충분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VIG파트너스는 시장 전문가를 최고경영자(CEO)로 내정한 뒤 인수 실사 단계부터 참여하도록 했다. 삼성전자 디지털이미징 사업부에서 카메라사업을 이끌던 황충현 대표였다. 황 대표는 매출의 65%를 차지하던 CCTV사업에서도 과감히 철수할 것을 제안했다. 대신 강점을 지닌 MF교환렌즈 시장에 집중하기로 했다. MF렌즈 시장 규모는 전체의 5%에 불과했지만 전문가 중심의 이 시장을 장악하면 AF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과감한 투자로 ‘턴어라운드’
VIG파트너스에 인수된 뒤 삼양옵틱스는 R&D 투자를 크게 늘렸다. 2013년 4억원에 불과하던 연구개발비는 지난해 말 30억원으로 늘었다. 연구개발 인력도 10명에서 25명으로 증가했다. 시설투자 역시 아끼지 않았다. 2014년 오래된 건물은 헐고 70억원을 들여 새 공장을 지었다.
공격적인 투자는 제품군 확대로 이어졌다. 인수 당시 15개였던 MF렌즈제품군은 40개로 늘었다. 인수 전 100%였던 MF렌즈의 매출 비중이 54.2%로 줄었다. 동영상 렌즈(29.5%), Xeen이라는 브랜드의 영화촬영용 렌즈(10.3%), AF렌즈(5.2%) 등 새 제품이 빠르게 성장하면서다. 특히 Xeen은 100년 이상 유럽 회사들이 독점해온 영화 촬영용 렌즈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시인 윤동주의 삶을 그린 영화 ‘동주’, 기욤 뮈소의 소설을 영화화한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등이 Xeen으로 촬영됐다.
해외 영업망도 대폭 확충했다. 2013년 인수 당시 12개에 불과하던 해외 거래처를 38개로 늘리고 58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VIG파트너스 인수 당시 120명이었던 삼양옵틱스 직원은 현재 150명으로 늘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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