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외교 새 영역 개척
한국·체코 미래포럼 참석
슬로바키아 명예총영사 위촉
'청소년 꿈 길잡이' 자임
'한경필 청소년음악회' 1만명 관람
세종시 청소년뮤직센터 제안
[ 김희경 기자 ] 지휘자 금난새(70)에겐 네 가지 타이틀이 있다. 성남시립예술단 예술총감독이자 18년간 이끌어온 뉴월드필하모닉, 2015년 국내 신문사 최초로 창단된 한경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안정적인 공립 오케스트라에 머물지 않고 관현악단을 직접 꾸리고, 의미있다고 판단한 민간 오케스트라에도 뛰어들었다. 서울예술고 교장을 맡아 교육자의 길도 걷고 있다. 그런 그가 또 다른 길을 개척하고 나섰다. 경기 성남시 성남아트센터에서 최근 만난 그는 “지휘자를 넘어 문화 외교관과 청소년의 길잡이가 되고 싶다”고 했다.
▷어떤 문화외교를 시작했나.
“예전엔 국가도 기업도 음악가도 모두 분리해 생각하고 각자 할 일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융합의 시대다. 국가 간에 이뤄지는 대화의 장에 음악이 함께하기도 하고, 다양한 문화 교류로 각자의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29일 슬로바키아 명예총영사로 위촉받아 활동을 시작했다. 다음달 6일엔 체코에서 열리는 한·체코 미래포럼에도 참석한다.”
▷왜 슬로바키아인가.
“슬로바키아의 라디오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객원지휘자로 활동하면서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슬로바키아는 인근 오스트리아처럼 클래식 음악의 수준이 높고 문화도 매우 발전한 나라다. 다만 음악 시장이 크게 형성돼 있지 않고 마케팅 노력도 미미하다. 여기에 한국 클래식 시장의 에너지를 합치면 어떨까 생각했다. 연주회 등 교류하면서 서로의 장점을 나눈다면 엄청난 시너지가 날 것이다.”
▷체코는 어떤 일로 방문하는가.
“한·체코 미래포럼에 한국 측 문화예술 분야 대표로 참석한다. 양국의 문화 교육을 강화하고 교류를 확대하는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동유럽에 관심이 많은데.
“체코와 슬로바키아에 인근 폴란드 헝가리를 합쳐 ‘비셰그라드’라고 말한다. 2년 전 외교부 주최의 ‘비셰그라드 음악축제’를 내가 맡아 비셰그라드 음악가들의 작품을 서울 등 전국에서 연주하기도 했다. 내년에도 열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한국과 동유럽의 교류를 돕고 싶다.”
▷한경필하모닉의 역할은.
“내년 6월께 중국 상하이한인청소년오케스트라 무대에 한경필과 함께 오를 예정이다. 그들에게 한경필만의 연주 기법을 가르쳐주고 공연도 같이하는 것이다. 한·중 관계가 최근 서서히 풀리고 있는데 앞으로 중국에서 활발하게 연주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한경필하모닉의 지향점이 남다르다.
“한경필하모닉은 내년에 군, 사관학교 오케스트라 단원들과도 교류하기로 했다. 서로 다른 성격의 오케스트라가 만나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오케스트라로 거듭나는 것이다.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고 미래 클래식 관객을 확보하는 효과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청소년을 위한 활동이 많은데.
“클래식 공연을 볼 기회조차 없는 청소년, 재능이 있어도 꿈을 펼칠 수 없는 청소년이 우리 주변에 많다. 이들에게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면 무척 좋아한다. 예술의전당에서 1994년 청소년음악회가 성공한 게 시작이었다. 작년과 올해 한경필하모닉과 국내 10개 도시를 돌며 청소년음악회를 열었는데 정말 반응이 뜨거웠다. 누적 관객 수가 1만 명에 달한다.”
▷청소년 연주 때 강조하는 것은.
“몇 년도에 누가 어떤 작품을 썼다는 것만 알고 음악을 듣는다면 그게 무슨 재미를 주겠나. 작곡가의 의도 등을 그들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줬는데, 클래식을 마음껏 즐기더라. 한국마사회 농어촌희망재단이 만든 농어촌청소년오케스트라도 맡아 1000여 명에 달하는 청소년과 함께하고 있다. 이들 중 뛰어난 음악가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세종시 청소년뮤직센터 짓는다는데.
“한 달 전 세종시 명예시민이 됐다. 세종시문화재단 기획공연 등을 도운 덕분이다. 그런데 그때 놀랍게도 세종시에서 함께 ‘청소년뮤직센터’를 짓자고 하더라. 세종시 위치도 전국의 학생들이 함께 모여 음악하기에 좋지 않나. 이 뜻을 함께할 기업과 건축가를 찾고 있다.”
▷연말 일정은.
“다음달 1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한경필하모닉 단원들과 베토벤 음악으로 송년음악회를 열기로 했다. 관객들이 한경필하모닉과 뛰어난 성악가들, 합창단이 만드는 베토벤의 ‘합창’(교향곡 9번 4악장)을 마음껏 즐기며 한 해를 마무리하면 좋겠다.”
"불도저처럼 변화 시도해야 한국 클래식 시장 발전"
금난새는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가장 공이 많은 지휘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고고한 클래식 음악의 온실을 깨고 나온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젊은 시절 독일 베를린국립음대에서 공부하던 중 깨달은 게 있어요. 연주만이 음악의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이죠. 청중도 있어야 하고 공연을 돕는 사람들도 있어야 하나의 음악 공연이 완성된다는 진리 말입니다.”
한국은 올림픽 메달 딴 사람만 쳐다보듯 오직 연주자만 주목한다고 한다. 음악 속에 녹아 있는 시스템 자체를 발전시키는 클래식 음악 선진국들과 많이 다르다. 연주자는 예를 들어 말러 음악을 열심히 연주하지만 청중은 얼마 없는 현실이 만들어졌다.
“한국 음악가들이 이런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벤처정신을 지녀야 합니다. 음악가는 불도저와 같아야 합니다. 땅을 고르게 닦을 수 있도록 멈추지 않고 변화를 주는 지휘자로 남고 싶습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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