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사와 동등하게 경쟁상황 평가 받아야"
여당·업계 "역차별 위헌소지"
"구글·페이스북 규제 어려워…국내 사업자만 옥죌 가능성"
같은날 세미나 열고 '격돌'
[ 이승우 기자 ]
네이버·카카오 등 인터넷 포털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정보통신기술(ICT) 뉴 노멀(new normal)법’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손잡고 이 법안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반대하고 있다. 같은 날 서로 다른 토론회를 여는 등 여야 간 장외 공방전 양상을 띠고 있다.
야당 “포털 영향력 비대해져”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비례대표)과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다음달 1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에서 ‘포털 규제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공동 정책토론회를 연다. 같은 날 오후 1시30분에는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학계 전문가 모임인 체감규제포럼이 ‘4차 산업혁명, 플랫폼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입법전략 세미나’를 연다. 뉴 노멀법의 위헌 소지가 크다는 것이 세미나의 주요 내용이다.
ICT 뉴 노멀법은 김성태 의원이 지난 9월 대표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과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의 일부 개정안 5건을 통칭하는 용어다. ICT 환경이 플랫폼 중심으로 바뀌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이들에 대한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이 같은 이름을 붙였다.
네이버, 카카오 등 자산 5조원 이상 포털 사업자들도 허가산업인 기간통신사업자와 같은 경쟁상황평가를 받도록 하고 이에 따른 규제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김성태 의원은 “네이버 등 거대 포털은 한국에서 75%를 넘는 높은 검색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를 이용해 사회 전반과 ICT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이 법안은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네이버의 뉴스 부당 편집이 도마에 오르면서 야당이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여당과 업계는 “역차별 심화될 것”
논란이 되는 부분은 경쟁상황평가 포함과 방송통신발전기금 부과, 국내업체 역차별 부분이다. 경쟁상황평가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서비스별 가입자와 회계자료 등을 정부에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포털사들이 경쟁상황평가를 받게 되면 주요 서비스별 회계 상황과 가입자 통계 등을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업계에선 정부가 허가를 내주는 통신시장과 경쟁이 치열한 인터넷시장을 같은 잣대로 평가하고 규제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방송통신발전기금 역시 주파수 등의 특혜를 받고 있는 방송·통신사와 같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위헌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업체도 같은 규제를 부과하는 방안이 뉴 노멀법에 포함됐지만, 현실적으로 적용이 어려운 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위배될 수 있어 국내 업체에 대한 역차별이란 목소리가 높다.
박정 의원과 체감규제포럼은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김민호 체감규제포럼 공동대표(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의 초법적 행위에 대해 국내법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뉴 노멀법은 국내 사업자만 옥죌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한편 과방위 법안심사 소위원회는 29일 회의를 열고 ICT 뉴 노멀법을 심사했지만 법안 상정을 보류하고 다음 국회가 열릴 때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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