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 문화 교류 기여한 공로로
[ 박신영 기자 ] 한국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 프랑스 작가 샤를 보들레르의 《악의 꽃》….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사진)이 이사장으로 있는 대산문화재단이 한국과 해외에 소개한 소설들이다. 대산문화재단은 이 외에도 소설가 이승우의 《그곳이 어디든》을 프랑스에 소개했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문학가 사뮈엘 베케트의 《몰로이》를 한국에 들여왔다.
교보생명은 신 회장이 이처럼 문화교류에 기여한 공로로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종도뇌르’ 훈장을 받는다고 29일 밝혔다. 레종도뇌르는 프랑스 정부가 정치·경제·문화·학술·체육 등 각 분야에서 공로를 세운 사람에게 주는 최고 명예 훈장이다. 한국에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정명훈 지휘자, 임권택 감독, 이창동 감독 등이 이 훈장을 받았다.
신 회장은 1993년부터 대산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대산문화재단은 프랑스 문학을 한국에 알리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프랑스 정부로부터 높이 평가받았다.
대산문화재단은 샤를 보들레르, 아르튀르 랭보, 르 클레지오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인의 작품을 국내에 번역해 소개했다. 이뿐 아니라 프랑수아 라블레, 스테판 말라르메, 기욤 아폴리네르, 사뮈엘 베케트 등 세계문학의 고전으로 불리는 저명한 작가의 문학작품 국내 출판도 지원했다. 지난해에는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르 클레지오와 건축계의 거장 도미니크 페로 등 프랑스의 대표 문인과 석학을 초청해 인문학 강연을 여는 등 한·프랑스 문화 교류의 지평을 넓혔다.
대산문화재단은 한국 문화 세계화에도 앞장섰다. 2002년 제1회 대산문학상을 받은 이승우의 소설 《생의 이면》은 프랑스어로 번역·출간돼 프랑스 4대 문학상인 ‘페미나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호평을 받았다. 2014년에는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영국 현지에 소개될 수 있도록 출판을 지원해 한국인 최초의 맨부커상 수상이라는 결실을 맺기도 했다.
이 밖에 대산문화재단은 영어·프랑스어·독일어·스페인어 등 4개 언어권은 물론 러시아어·중국어·일본어 등 세계 언어권으로 번역을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 시·소설·희곡 등 번역·출판을 지원한 작품은 510여 건, 해외에 출판된 작품은 310여 건에 이른다.
교보생명의 광화문 글판을 운영하고 있는 점도 신 회장이 훈장을 받게 된 이유다. 광화문 글판은 1991년부터 27년째 계절이 바뀔 때마다 좋은 글귀를 담아내왔다. 시민에게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서훈식은 30일 서울 서소문로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린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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