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서울브랜드기업 포커스] 해외에서 막막할 때, 영사관보다 빠른 '배달의 민원'

입력 2017-11-30 14:12   수정 2017-12-12 13:17

전세계 민원서류 원스톱 대행서비스
글로벌 브랜드 꿈꾸는 '배달의 민원'
창조 직업으로 거듭난 '혁신적 실패'



<1> 한국통합민원센터


한국통합민원센터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을 때 고개를 갸웃했다. 정부 기관 같은데 ㈜ 꼬리표가 달려서다. 회사는 홈페이지에 “정부 기관이 아닌 민간 사이트”라고 소개했다. 서울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그 얘기부터 물었다. “사람들이 헷갈려 하지 않나요?”

이영우 대표가 차근차근 설명해나갔다. 우선 한국통합민원센터의 정체. 국내외 민원서류를 발급부터 번역, 공증, 외교부 영사 확인, 대사관 공증, 해외 배송까지 대행해주는 회사다. 특히 해외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를 주목했다. 최대 7단계나 거쳐야 하는 사람들의 ‘불편함’에서 새로운 시장 가능성을 본 것이다.

“해외에서 국내, 국내에서 해외, 해외에서 해외로 민원서류를 보낼 때 절차가 너무 복잡해요. 각국 외교부와 대사관을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거든요. 서류 미비로 입국 불허되거나 비자 연장을 깜빡해 불법 체류자가 됐을 때 저희 회사에 전화 한 번 하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참, 모두 합법입니다(웃음).”

최근 가족여행 중에 이탈리아에서 소매치기를 당한 한국통합민원센터 고객은 이틀 후 밀라노의 호텔에서 국제특송 전문 DHL로 국제 운전면허증을 받았다. 이 대표는 “현지 경찰이나 영사관을 찾았다면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뒤에야 면허증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사업 모델의 핵심은 해외 민원 접수에 필요한 복잡하고 까다로운 모든 절차를 ‘맞춤형 원스톱’으로 대행하는 것이다. 개개인이 감당해야 할 소요 시간과 비용에 기회비용까지 더해 따져보면, “10분의 1도 안 되는 비용으로 시행착오 없이 편리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24시간 온라인과 전화로 상담·신청할 수 있어 해외 사업을 하는 3000개 이상 기업이 센터 단골이 됐다. 홈페이지 개통 첫날 밀려드는 민원에 놀라 문을 닫았다가 정비해 한 주 뒤 다시 열었을 정도다. 서비스 오픈 이후 누적 방문자는 약 221만 명, 충성고객 격인 회원 수는 8만1400여 명에 달한다.

“원래 정부가 해야 하는 서비스 아니냐”고 묻자 “사실 정부‘들’이 해야 하는 서비스다. 나라마다 천차만별이라 도리어 특정 국가 정부가 할 수 없는 서비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글로벌 시대에도 각국 정부가 하기 어려운 틈새시장을 타깃팅한 전략이 적중했다. 공무원들 역시 센터의 주요 고객층이다.

2015년 5월 설립한 한국통합민원센터는 그해 1억1000만 원, 지난해 5억1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13억 원가량, 내년은 25억 원 내외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근거 있는 자신감이다. 외국인 유학생만 10만 명이 넘는 국내 대학들과 연계해 민원서류 발급부터 공증까지 전담 서비스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우리의 서비스 성격을 정확히 규정하면 ‘정보기술(IT) 기반 O2O(Online to Offline) 사업’이다. 어떤 나라끼리 연결하느냐에 따라 해외 민원서식을 일일이 찾아 조합해야 해 경우의 수가 크게 늘어난다”며 “인공지능(AI) 시대라 해도 사람이 직접 움직여야 하는 부분이 있고, 거기에 결합하는 데이터와 노하우가 정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배달의 민원’은 일상에서 고객들과 만나는 한국통합민원센터의 브랜드다. 우리 민족을 가리키는 ‘배달의 민족’을 살짝 변형했다. 모든 민원을 해결해 어디든 배달한다는 포부도 담았다. 정장에 넥타이 차림, 서류가방을 들고 망토를 휘날리며 날아가는 브랜드 이미지에 잘 녹아있다.

이 대표와 직원들은 한국통합민원센터를 일종의 출발점으로 여긴다. 한국과 가장 멀다는 이유로 첫 해외 거점이 된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멕시코통합민원센터, 중국통합민원센터를 차례로 열어나가는 식이다. 각국 센터의 공동 브랜드 ‘배달의 민원’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내는 게 궁극적 목표다.

전망은 밝다. 한 번 실패해본 이력이 있어서다. 이 대표는 지난해 당시 중소기업청, 미래창조과학부 등이 개최한 ‘올해의 혁신적 실패 사례 공모전’에서 창업 부문 대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인터넷 검색 엔진을 다루는 ‘온오프코리아’를 창업해 30대를 오롯이 바쳤다. 한때 코리아닷컴 프리챌 아이러브스쿨 등 300여 곳에 검색 엔진을 납품하며 직원 160명, 연 매출 80억 원 수준 회사로 성장했으나 동종 업체와의 분쟁으로 폐업해야 했다. 이후 그는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에서 근무하다가 재창업에 뛰어들었다.

첫 번째 사업 실패 후 “다시는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는 천생 창업가였다. 직장인으로 살면서도 ‘만약 다시 사업을 한다면’이라는 주제로 위시 리스트를 작성하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전세계 대상으로, 적은 돈으로도 빚지지 않고 할 수 있는,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 처음 창업 때보다 더 신중해졌고 기준은 명확했으며 판단은 현실적으로 내렸다. 이 대표가 새로운 영역의 직업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배경이다. 말 그대로 ‘혁신적 실패’가 자양분이 됐다.

그 과정에서 서울산업진흥원(SBA)으로부터 ‘하이서울 브랜드 기업’으로 지정된 것도 도움이 됐다. 이 대표는 “다른 정부 부처 지원도 좋았지만 SBA의 경우 마케팅과 맞춤형 서비스가 잘 마련돼 있다. 세부 단계마다 필요한 서비스의 디테일이 굉장히 알차다”고 평가했다.

“재도전 기업에 대한 펀드가 꽤 있잖아요. 투자 받으면 ‘배달의 민원’ TV 광고를 해보고 싶어요. ‘배달의 민족’과 손잡고 콜라보(협업) 광고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했죠. ‘베스트 추정의 원칙’을 지키며 직원들과 한 마음으로 뛰고 있으니 머지않은 미래에 실현되리라 생각합니다.”

◆ 하이서울 브랜드란

서울시와 SBA가 서울 소재 우수 중소기업에 부여하는 공동 브랜드. 서울시 홍보 슬로건 ‘하이 서울(Hi Seoul)’을 활용해 만들었다. 세계 10대 도시 서울의 브랜드 파워를 십분 활용하자는 취지다. SBA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사업성과 기술성을 보유한 혁신형 중소기업에 브랜드 사용 권한을 주고, 다양한 마케팅 지원으로 이들 기업의 국내외 판로 개척을 돕고 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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